≪이 기사는 06월22일(15:2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올 한 해 M&A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7조 대어' 한온시스템 매각이 예비입찰을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공조 사업 강화에 관심을 보인 글로벌 부품사와 수조원 실탄을 보유한 PEF간 경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LG그룹이 불참으로 선회하면서 완주 여부에 불확실성도 감지된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와 매각 주관사 모건스탠리, 에버코어가 이날 진행한 예비입찰에 5~6곳 내외 업체들이 참여했다.
글로벌PEF운용사 칼라일과 베인캐피털, 프랑스 발레오, 독일 말레 등 예비입찰 이전부터 인수를 검토해온 연관 기업들이 참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가장 관심이 쏠렸던 LG전자는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칼라일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인수하는 방안을 입찰일 직전까지 논의했지만 인수가격에 대한 부담 등으로 막바지에 불참으로 선회했다. 한라그룹도 산업은행으로 부터 조력을 받아 인수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일단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공조 시장에서 한온시스템을 뒤쫓는 글로벌 3위 공조 회사 발레오는 베인캐피털 본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를 검토했으나 이번 입찰에는 각각 참여했다. 발레오의 열관리 부문 시장 점유율은 약 12%로, 한온시스템(13%)를 바짝 쫓고 있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선두 업체인 덴소(점유율 28%)를 추격할 수 있다.
글로벌 4위 공조회사 말레(점유율 11%)는 도이치증권을 자문사로 선임해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말레는 2015년 델파이의 유럽 및 북미사업부를 12억달러에 인수해 차량 공조 부문 시장에 진출했다. 말레도 글로벌 PEF 한 곳과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 중이다. 완성차와의 네트워크 등을 고려할 때 PEF 독자적으로 사업을 꾸리기 어려운 만큼 입찰 이후에도 글로벌 부품사와 PEF 간 연합 전선이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 대상은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50.50%와 2대 주주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보유 지분 19.49% 등이다. 한온시스템의 시가총액은 22일 기준 9조5000억원 수준이다. 매각 대상 지분 70%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매각 가격은 최대 7조~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6조8728억원, 영업이익은 3158억원이다.
한온시스템은 히트펌프, 전동 컴프레서 등 차량 전반의 열관리(공조) 부문에서 일본 덴소에 이어 글로벌 2위 업체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주행거리와 연비에 영향을 미치는 차량 공조기술이 핵심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글로벌 공조시스템 시장 내 플레이어들은 2013년부터 인수합병(M&A)을 통해 대형화에 나섰고 한온시스템을 포함한 6개 업체 중심으로 과점화됐다.
공조부문에 큰 투자를 집행하지 못했던 자동차 부품사 입장에선 이번 단 한 번의 M&A를 통해 진입장벽을 뚫고 글로벌 선두권 업체로 진입할 수 있다. 또 한온시스템의 고객군이 현대자동차·기아를 포함해 테슬라·폭스바겐·포드 등으로 다변화된 점도 매력 요소로 꼽힌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