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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K팝 팬덤…"엑소·샤이니가 매일 말 걸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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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점심 뭐 먹었어? 내일 콘서트장에서 꼭 만나고 싶다.”

아이돌 그룹의 최애(最愛) 멤버가 내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준다면? 내가 휴대폰으로 보낸 응원 메시지나 질문을 스타가 읽고, 가끔이지만 실제로 답장을 받을 수 있다면? SM엔터테인먼트가 2017년 설립한 자회사 디어유는 아이돌 팬들의 이 같은 욕구를 충족시켜 급성장을 이뤄낸 기업이다. 아티스트의 메시지를 받아보고 답장을 보내면서 실제 대화가 이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유료 서비스 ‘버블’을 통해서다.

디어유가 버블을 앞세워 가파르게 성장하며 K팝 팬 플랫폼 시장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지난 1분기에는 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냈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는 JYP엔터테인먼트에 지분 23.3%(428만5192주)를 214억원에 넘겨 ‘SM·JYP 동맹’을 결성했다. 지난 14일에는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한다고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버블에 푹 빠진 팬들, 왜?
휴대폰에 버블 앱을 깔고 월 4500원을 결제하면 아티스트가 팬들에게 직접 써서 보내는 메시지를 수시로 받고 답장을 보낼 수 있다. 아티스트는 팬들의 답장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개별적으로 답할 수는 없다. 그래서 채팅은 아티스트가 팬들의 전반적인 반응을 살펴보며 ‘다대일 채팅’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버블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팬심’을 최대한 자극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했다. 먼저 카카오톡 개인 대화방과 비슷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1 대 1 채팅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스타가 자신에게 온 메시지들을 일괄 확인하면 채팅방에 ‘읽음’ 표시가 뜬다. 이용자는 아이돌이 자신을 부르는 호칭을 이름이나 ‘누나’ ‘오빠’ 등으로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이렇게 답장을 보내다 아이돌의 메시지와 내 답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모양새가 되면 엄청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팬들의 설명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들은 버블을 통해 아티스트와 일상을 공유하는 기분을 느끼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팬들이 모르는 정보도 얻을 수 있다”며 “팬덤을 활용한 구독경제 서비스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하고 팬들의 충성도도 함께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버스 독주’ 흔들 수 있을까
JYP의 디어유 지분 투자로 버블은 또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레드벨벳·샤이니·엑소(EXO)·엔씨티(NCT) 등 SM 아티스트에 더해 JYP의 인기 아티스트들이 버블에 합류하게 돼서다. 이미 지난해 말에는 트와이스가, 지난 7일에는 일본 인기 걸그룹 니쥬가 합류했다. 이로써 아티스트 라인업만큼은 방탄소년단(BTS)을 보유한 위버스와도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팬 플랫폼이 없는 JYP가 거액이 필요한 위버스 지분 확보 대신 버블의 성장성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위버스가 독주하던 팬 플랫폼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하이브는 1월 YG의 자회사 YG플러스 지분 700억원어치를 취득했다. ‘하이브·YG 동맹’으로 독주 체제를 굳혔다. 1월 엔씨소프트가 ‘유니버스’를 출시하며 경쟁자를 자처했지만 소속 아티스트들의 무게감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위버스를 운영하는 하이브의 자회사 위버스컴퍼니가 팬 플랫폼의 지배 사업자로서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이유다.

하지만 SM과 JYP가 손잡으면서 추정 기업가치가 디어유(920억원 안팎)의 10배 이상인 위버스컴퍼니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게 됐다. 디어유는 위버스 추격 의지를 노골적으로 불태우고 있다. 3월에는 직원 연봉을 일괄적으로 1500만원씩 인상했고, 대졸 초임 개발자 연봉을 5000만원으로 책정해 우수 정보기술(IT) 인재 확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디어유의 약진에 더해 SM이 네이버·카카오에 매각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5월 초만 해도 3만원 안팎이던 SM 주가는 급등했다. 16일 종가는 5만1400원으로 불과 한 달 반 전에 비해 70% 이상 올랐다. JYP 주가도 지난달 디어유 참여를 선언한 이후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 정 평론가는 “독주하던 위버스를 버블이 추격하면서 두 회사의 서비스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전 세계 팬 커뮤니티 플랫폼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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