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마이너 제품’으로 불리던 얼음정수기가 올여름 정수기업계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자리잡은 ‘홈카페 열풍’에 역대급 무더위가 예고된 올여름 특수성이 겹치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게 렌털업계 분석이다.
쿠쿠, 1~5월 판매량 288% 늘어
16일 렌털업계에 따르면 코웨이, SK매직, 청호나이스, 쿠쿠의 지난 1~5월 얼음정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일제히 증가했다. 코웨이는 10%, SK매직은 150%, 청호나이스는 30%, 쿠쿠는 288% 늘었다. 지난해 8월 신규 출시한 현대렌탈케어의 이달 1~15일 판매량은 지난 달보다 26% 증가했다.얼음정수기는 버튼만 누르면 얼음을 쏟아내는 기능성 정수기다. 빠르면 20분 만에 100개가 넘는 각얼음을 생성해낸다. 20년 가까이 국내에서 판매됐지만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은 적은 없다. 교원 웰스는 2012년 얼음정수기를 출시했다가 1년도 안돼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얼음정수기가 갑자기 올여름 히트상품이 된 배경에는 2030세대 사이에서 바람이 분 홈카페 문화가 있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메리카노)’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냉음료를 즐겨 마시는 젊은 층이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집에서 음료를 제조해 먹기 시작한 것이다.
시중에서 팔리는 얼음정수기는 대부분 100만원을 넘어선다. 렌털 형태로 구입해도 월 2만~3만원대 비용을 내야 한다. 결코 저렴한 가격이 아니지만 1인 가구 사이에서도 수요가 늘고 있다. 렌털업계 관계자는 “하루에 한두 번 카페를 찾는 젊은 층은 얼음정수기 구입 비용을 결코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올여름이 유독 무더울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기상청은 오는 7~8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올여름에 ‘역대급 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일찌감치 얼음정수기를 구입하는 고객이 늘었다”고 했다.
웰스, 9년 만에 얼음정수기 재출시
얼음정수기 인기가 높아지면서 신제품 출시에도 경쟁이 붙었다. 올해에만 10종이 넘는 얼음정수기가 렌털업계에서 등장할 전망이다.교원 웰스는 2012년 접었던 얼음정수기 판매를 지난달 다시 시작했다. 새롭게 출시한 ‘웰스 얼음정수기 UV+’는 하루 최대 500개의 얼음을 생성하는 제품이다. 웰스 관계자는 “9년 전 소비자 수요가 크지 않아 단종했던 얼음정수기를 최근 유행 변화를 고려해 재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코웨이는 지난 4월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아이스 3.0 아이오케어’를 새롭게 선보였다. 제품 상태를 스스로 진단하고, 이상을 발견하면 고장 정보와 해결 방법을 모니터에 띄우는 제품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토대로 소비자에게 적절한 물 음용 방식을 안내하기도 한다.
청호나이스는 이달 들어 하루 제빙량이 50㎏에 육박하는 ‘직수 얼음정수기 세니타 슈퍼’와 비대면·비접촉 방식으로 취수 및 얼음을 토출하는 ‘청호 언택트 얼음정수기’ 시리즈 2종을 잇달아 내놓았다. 청호나이스는 2003년 세계 최초의 얼음정수기 ‘아이스콤보’를 출시한 회사다.
얼음정수기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SK매직 관계자는 “얼음정수기를 요리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관련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