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저보다 연봉이 높더라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대환영이죠.”
김민표 토스페이먼츠 대표(사진)는 2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한 명의 개발자가 100명, 1000명을 먹여살릴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토스페이먼츠는 토스가 2019년 12월 LG유플러스 PG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전자지급결제 대행(PG)회사다. PG시장에서 KG이니시스와 NHN한국사이버결제에 이어 3위 사업자에 올라 있다.
김 대표는 취임 직후인 작년 5월 기존 LG유플러스 인력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남은 직원 수가 20여 명에 불과할 만큼 사실상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했다. 그는 오히려 이런 위기가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통상 두 조직을 합칠 때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알력 다툼’인데 토스페이먼츠는 기존 LG유플러스 인력이 이탈하면서 토스만의 DNA를 이식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취임 8개월이 지난 지금 신규 채용 등을 통해 직원 수가 230명으로 불었다.
김 대표는 또 토스페이먼츠가 수십 년간 쌓아온 기존 틀에서 벗어나 PG업을 완전히 재해석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무신사페이’가 대표적이다. 토스페이먼츠가 개발한 ‘커넥트페이’를 기반으로 가맹점들이 요구한 디테일을 반영한 ‘OEM 페이’를 개발, 납품하는 것. 이렇게 되면 가맹점들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에 지급하는 지급결제 수수료를 크게 아낄 수 있다.
김 대표 스스로도 PG업계 출신이 아니다. 그는 한양대 교통공학과를 졸업하고 2년간 네이버에 근무한 뒤 미국 씨티은행에서 일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미국 유명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다 2018년 토스에 합류했다.
김 대표는 “금융업계에서 지금처럼 PG사업의 중요성이 부각된 시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전자상거래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간편결제를 가능하게 해주는 PG업체의 기술력이 비대면 거래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오프라인으로만 영업하던 사업자조차 배달의민족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주문을 받는다”며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제 비밀번호 입력이 필요 없는 새로운 결제시스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PG업계도 이제 바뀔 때가 됐다”며 “‘페이를 개발하는 데 9개월이 걸려요, 한 번 생각해볼게요’라는 식으로 대처하는 건 더 이상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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