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중국 전기차업체인 우링홍광의 홍광미니 EV로 집계됐다.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에 따르면 지난 4월 홍광의 소형 전기차인 미니EV는 2만9251대 판매돼 테슬라 모델3(1만4980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모델3보다 2000만원 비싼 테슬라 모델Y가 1만6232대 팔리며 2위를 차지했다. 1~4월 기준으로는 홍광 미니EV가 12만5925대 팔려 1위인 모델3(14만1696대)의 뒤를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출시돼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활약이라는 분석이다. 1월에는 모델3와 모델Y를 합친 판매량보다 홍광 미니EV(3만6762대)가 더 많이 팔렸다.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1억원 이상 슈퍼 전기차들도 출시되는 상황에서 소형 전기차가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광미니 EV의 최대 장점은 ‘가성비(가격대 성능)’다. 2만8800~3만8800위안(약 500만~675만원)으로 중국에서 가장 싼 전기차다. 한국에선 이륜차 수준으로 저렴하다. 길이가 3m도 안 될 정도로 작지만 4명이 탈 수 있다. 한 번 충전하면 170㎞를 주행할 수 있고 최고 시속은 100㎞다. 트렁크를 이용하려면 뒷좌석을 접어야 한다.
제조사 우링홍광은 중국 상하이자동차,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사다. 일반 차량이 개발에 18~24개월 가량 걸리는 데, 미니EV는 1년 만에 나왔다.
이 차량은 소득이 낮은 농촌 등 지방에서 이동 수단으로 많이 쓰고 있다. 귀여운 외양 덕에 대학생 등 젊은 층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배달 기사들도 이용하고 있다. 미국 IT매체 더버지는 “지난해 여름에 출시된 홍광 미니EV가 깜짝 성공을 거뒀다”고 전했다. 이어 “시장 확대를 위해 수출도 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은 후순위가 될 것”이라면서 “어쨌든 귀엽게 생겼다”고 평가했다.
한국에서의 소형 전기차 인기는 어떨까. 아직까진 시장 점유율이 작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부산 제조업체 동신모텍에 위탁생산을 통해 소형 전기차 트위지(1~2인용)를 생산하고 있다. 2019년 10월부터 전세계 물량을 제조 중이다. 작년 총 판매량은 2293대, 올 들어 5월까지 판매량은 총 793대에 그쳤다. 여기에 가격이 1330만~1430만원(보조금 받으면 약 650만~750만원) 가량으로 중국 전기차보다 비싸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스타트업 쎄보모빌리티는 전국 쌍용자동차 판매점을 통해 초소형 전기차 쎄보-C SE를 판매한다. 가격은 역시 1570만원(보조금 받으면 약 890만원)으로 중국에 비해 비싼 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국내 배달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소형 전기차의 입지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골목길을 민첩하게 다닐 수 있으면서 주차 공간도 크게 차지하지 않는 장점 때문이다. 이륜차보다 안정성이 좋은 데다 차량 뒤에 적재할 수 있는 공간도 상대적으로 넓다. 인도로 불법 운행하는 일부 이륜차와 달리 도로로만 주행하기 때문에 보행자 안전도 지킬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