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블록체인 업체가 ‘대체 불가능 토큰(NFT)’ 형태로 경매에 내놓은 김환기의 ‘전면점화-무제’(사진)가 작품 제작 연대(1943년)와 화풍(1960년대 후반 이후)이 맞지 않는 위작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업체는 작품의 NFT화(化) 권리를 갖고 있는 환기재단의 승인도 얻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미술 관련 기업이 최근 잇따라 NFT 시장 진출을 선언하는 가운데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워너비인터내셔널은 이달 16~19일 자사의 NFT 거래 플랫폼인 ‘비트코인 NFT’를 통해 김환기 작품 등 3점의 NFT를 경매에 부친다고 1일 밝혔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복제할 수 없도록 만든 한정적인 디지털 아이템을 뜻한다. 일반적인 디지털 작품(콘텐츠)은 무한대로 쉽게 복제할 수 있지만, NFT는 고유한 주소를 가지고 있어 ‘유일한 진품’임을 입증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미술계는 이번 NFT 경매에 나올 김환기의 작품을 위작으로 보고 있다. 박미정 환기미술관장은 “실물을 보지는 못했지만 작품 제작 연대와 화풍이 전혀 맞지 않아 위작일 가능성이 높다”며 “NFT화를 위해서는 환기재단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관련 문의도 전혀 없었다”고 했다.
예술법 전문가인 캐슬린 김 변호사는 “실물 작품을 구매하더라도 저작권까지 양도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워너비인터내셔널은 “진위 여부를 확인 중이며 이른 시일 내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해외에선 미술품을 기반으로 한 NFT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크리스티와 소더비, 필립스 등 해외 경매사는 지난 3월부터 온라인을 통해 NFT 작품 경매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크리스티가 백남준이 만든 미디어아트 작품의 NFT를 지난달부터 3일까지 경매 중인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NFT를 예술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세계적인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NFT는 말도 안 되는 국제적인 사기”라고 단언했다.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도 보기 어렵다. 실물 그림은 시장에서 팔리지 않더라도 집에 걸어두고 감상하는 기쁨을 얻을 수 있지만, NFT는 가상 세계에만 존재한다.
이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자기가 산 값보다 비싸게 남에게 파는 것뿐이다. 암호화폐 투자자끼리 NFT를 사고팔면서 가치를 부풀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