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부터 ‘임대차 3법’의 마지막 제도인 ‘주택임대차 신고제’(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된다. ‘임대차 3법’ 중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작년 7월 31일부터 시행됐고, 신고제는 시차를 두고 이번에 도입되는 것이다.
정부는 임대차 시장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신고제가 고강도 임대료 규제인 ‘표준 임대료’ 도입이나 미등록 임대주택에 대한 과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세입자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전세는 물론 월세 매물까지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세 위한 포석 가능성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 전세보증금 6000만원 또는 월세 30만원이 넘는 전·월세 계약을 한 집주인이나 세입자는 30일 안에 지방자치단체에 계약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아파트는 물론 단독·다가구, 빌라(연립·다세대), 오피스텔, 고시원 등도 해당된다.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와 지방 시(市)의 신규와 갱신 계약 모두 대상이다. 임대차 계약을 신고하지 않거나 허위로 신고하면 최고 1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다만 제도 시행 첫 1년간은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정부는 전·월세신고제를 통해 수집한 임대차 관련 정보를 오는 11월부터 공개할 방침이다.
지금은 부동산 매매 거래는 계약 후 30일 이내에 신고해야 하지만 전·월세 계약은 신고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전체 전·월세 계약 중 확정일자가 부여된 30% 정도만 파악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주변 임대료 정보가 공개돼 임차인은 합리적 의사 결정이 가능해지고, 임대인도 공실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부가 신고제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드러나지 않은 임대주택 과세에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세를 주고 월세를 받으면서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집주인을 찾아내 세금을 매길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나 지자체가 기준 임대료를 정하는 표준 임대료 등의 규제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표준 임대료는 단기적으로 임차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뒷돈 거래’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정부는 “표준 임대료 등 신규 임대료 규제 도입은 검토한 바 없고, 신고제 정보를 과세 자료로 활용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작년 8월만 해도 국토부는 “표준 임대료 제도는 해외 선진 사례 등을 참고해 도입 필요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월세 매물 회수 잇따를 것’
전·월세신고제가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로 연결되면 집주인들이 늘어난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임대차 시장에서 ‘공급자 우위’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이라는 의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인 입장에선 임대소득이 노출되면 소득세와 건강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며 “세금이 늘면 어떤 식으로든 세입자에게 떠넘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부동산 인터넷 커뮤니티와 아파트 입주민 카페 등에선 신고제 시행에 맞춰 전셋값을 올렸다는 집주인들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작년 7월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취지는 ‘임차인 보호’였다. 그러나 실제론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임차인들의 부담이 가중됐다.
부동산정보 업체 아실에 따르면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1578건으로, 4월 말(2만2882건)보다 5.7% 감소했다. 국민은행이 집계하는 전국 ‘전세 수급 지수’도 지난주 171.4(최고점 200)를 기록했다. 100을 넘으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전세 물건이 씨가 마르면서 전셋값 오름세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4% 오르며 상승폭(전주 0.03%)을 키웠다.
여기에 전·월세신고제까지 시행되면 임대차 시장이 완전히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시장 투명화라는 장점이 있는 것은 맞지만 집주인 입장에선 전세는 물론 월세도 주길 꺼릴 것”이라고 했다.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이 도입된 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한 집주인이 증가했는데, 신고제로 세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들이 월세 매물까지 거둬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자금 사정이나 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월세를 살아야 하는 경우 큰 곤란을 겪을 수 있다”며 “전·월세를 구하더라도 비싼 값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