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충남 아산 탕정에 있는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제조라인 한 곳을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 라인으로 전환한다. 급증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OLED 패널 수요를 최대한 빨아들여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27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탕정에 있는 TV용 LCD 7-2라인을 OLED 패널 제조 라인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7-2라인은 지난 3월 가동을 멈춘 뒤 지난달부터 철거되기 시작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7월 20일까지 철거 작업을 마치고 6세대 중소형 OLED 패널 제조 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투자금액은 2조~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신설되는 라인의 패널 생산량은 월 3만 장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라인 구축이 완료되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패널 생산능력은 월 기준 종전 약 16만5000장에서 19만5000장 안팎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장비의 국산화율이 높아지면서 똑같은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금액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LCD 라인을 OLED 라인으로 바꾸기로 한 것은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포석이다. OLED 패널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삼성의 시장 점유율은 낮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내년 스마트폰 OLED 패널 예상 출하량은 8억1200만 장으로 올해 5억8500만 장 대비 38.8%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BOE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압도적 1위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80%대에서 올해 77%로, 내년엔 65%까지 낮아질 것으로 옴디아는 내다봤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으로선 생산능력을 확대해 OLED 수요를 최대한 흡수함으로써 후발업체와의 초격차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화면은 OLED가 대세다. 올해 전체 스마트폰 가운데 OLED를 채택한 제품 비중은 40%를 넘을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OLED 노트북을 처음 선보이는 등 적용 제품군도 확대되고 있다. 애플이 폴더블폰에 OLED를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삼성은 대형 LCD를 생산하는 8라인은 내년 말까지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영향으로 TV 등 정보기술(IT) 제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LCD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4월 기준 LCD TV 패널 가격은 전월 대비 10%가량 상승했다. 55인치 패널 가격은 216달러로 전월보다 6% 올랐고 65인치와 50인치도 각각 274달러와 192달러로 전월 대비 8%씩 가격이 뛰었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대표는 “LCD 패널 가격이 1년 만에 두 배로 뛰는 등 코로나 사태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잔여 8라인을 당분간 유지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LCD 철수는 2019년 시작됐다. 당시 탕정 공장을 여러 차례 방문한 경영진이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 쇄신을 위해 LCD 사업 철수를 주문한 게 발단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이제 LCD는 삼성을 세계 1위 TV 기업으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담당한 8라인만 남게 됐다”고 말했다.
김병근/황정수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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