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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韓가톨릭, 인권·통일 지도력"…美추기경 "큰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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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최초의 흑인 추기경인 윌턴 그레고리 워싱턴D.C. 대주교를 면담했다.

문 대통령은 “제가 디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이고,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가톨릭 신자인 한국 대통령"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의 가톨릭교회는 인권, 복지, 남북통일 등의 분야에서 큰 정신적 영향을 주는 지도력을 보이고 있다”며 “신부님들께서 이번 방미 때 그레고리 추기경님을 꼭 뵈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한국의 가톨릭교회가 사회정의 구현과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민주주의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인종 갈등 문제에 해결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문 대통령은 그레고리 추기경의 인종 간 갈등 봉합을 위한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잇따르는 증오범죄와 인종 갈등 범죄에 한국민도 함께 슬퍼했다”고 말했다. 이어 “증오방지법이 의회를 통과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해서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같은 재난 상황이 어려운 사람을 더욱 힘들게 하고, 갈등도 어려운 사람 사이에서 많이 생긴다”며 그레고리 추기경이 화합의 지도력을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이에 대해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고 1주기가 화합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는 끔찍한 폭력이면서, 민주주의 가치를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워싱턴과 메릴랜드에 거주하는 5만 명의 교민들을 잘 보살펴 달라”며 교민들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15년간 애틀랜타 대주교로 활동했는데, 한국인들의 친절과 배려, 화합에 대한 열망을 잘 안다"며 "한국 사람들은 존중과 사랑을 받으면 보답하는 정신이 있다. 늘 함께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면담이 끝나고 ‘손수레 십자가’를 선물했다. 문 대통령은 “수십 년 전 동대문시장에서 노동자들이 끌고 다니며 일하던 나무 손수레를 사용하지 않게 되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이 십자가로 만들었다”며 “노동자의 땀이 밴 신성한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그레고리 추기경은 성스러운 상징이라며 십자가에 입을 맞췄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지난해 10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처음으로 추기경에 임명됐다. 2019년 4월 이후 워싱턴 D.C. 대교구 대주교직을 맡고 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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