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이번엔 노골적인 ‘도지코인’ 띄우기에 나섰다. 테슬라 차량 구매에 대한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하겠다고 밝혀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한 지 단 하루 만이다. 이와 함께 미국 법무부와 국세청(IRS) 등이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에 대해 자금세탁 관련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암호화폐 시장이 연일 요동치고 있다.
머스크는 1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도지코인) 거래 시스템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도지 개발자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비트코인을 활용한 테슬라 구매 허용 방침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머스크는 “전기를 대규모로 소비하는 비트코인 채굴 방식이 화석 연료 사용의 급증을 초래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결제 중단 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 채굴에 들어가는) 에너지의 1% 이하를 사용하는 다른 암호화폐를 대안으로 찾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머스크가 비트코인 대신 도지코인을 이용한 테슬라 차량 결제를 허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머스크는 지난 11일에도 ‘비트코인 대신 도지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허용하길 원하냐’는 투표를 트위터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참가자의 78%가 이에 동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테슬라 결제에 받겠다고 한 지 두 달여 만에 방침을 뒤집자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제 중단 방침 전에 비트코인을 (테슬라가) 매각한 것인지 향후 실적 발표를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트코인과 도지코인의 가격도 머스크 발언에 따라 휘둘리고 있다. 도지코인 가격은 머스크가 비트코인 결제 중단 방침을 알린 12일 한때 바이낸스에서 0.52달러(약 586원)에서 0.38달러(약 429원)로 급락했다가 14일 오후 3시30분 기준 0.54달러(약 610원) 수준까지 회복했다. 반면 비트코인은 12일 5만8000달러(약 6544만원)에서 4만8600달러(약 5438만원) 선까지 내려간 이후 4만9000달러대에서 머무르고 있다.
도지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암호화폐 가격이 맥을 못 추는 것은 미국 정부가 바이낸스의 자금세탁 및 탈세 혐의를 조사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미 법무부 및 IRS 직원들이 바이낸스 관계자를 불러 불법 혐의에 대한 증거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낸스는 2017년 조세피난처로 잘 알려진 케이맨제도에 설립됐으며 ‘바이낸스US’를 통해 달러화 결제도 받고 있지만 미국 기업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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