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실종된 아내를 찾아달라며 호소하던 남편이 유력 살인 용의자로 구속돼 화제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에서 아내를 찾아달라며 눈물을 글썽거리며 호소하던 남편은 계획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1급 살인'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콜로라도주 채피 카운티 경찰은 아내 수잰 모퓨 살해 혐의로 배리 모퓨(53)를 구속했다.
배리 모퓨에게는 1급 살인, 증거인멸, 공무집행방해 시도 등 혐의가 적용됐다. 다만 경찰은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사실 관계는 공개하지 않았다.
수잰 모퓨는 지난해 5월 10일 자전거를 타고 나선 후 실종된 상황이다. 시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배리 모퓨의 구속 소식에 인구 2만명의 채피 카운티 지역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배리 모퓨는 실종신고 후 SNS 등을 통해 아내를 찾아달라고 호소하는 행보를 보였다. 실종 몇 주 후 아내를 찾기 위해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리고 눈물을 글썽이며 호소해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그는 동영상에서 "수잰, 당신을 데려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뭐든 하겠다. 그들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을 것이다. 돈을 얼마나 달라고 하더라도. 당신을 데려오려고 뭐든지 필요한 것은 다 할 것이다. 사랑하고, 정말 진심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남편의 호소와 함께 사건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채피 카운티에서는 제보 1400여건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수사는 1년여 간 답보상태를 이어갔다. 신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타고 간 자전거가 발견됐지만 여전히 행방은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135차례 수색영장이 집행됐다. 현지 경찰뿐 아니라 콜로라도주 수사당국, 연방수사국(FBI)까지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수잰 실종 당시 모퓨와 함께 업무출장을 다녀온 인부 제프리 푸켓의 발언에 집중해 수사한 끝에 지난 5일 그를 체포했다.
모퓨가 고용한 인부인 푸켓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모퓨의 방에서 화학물질인 염소 냄새가 난 점, 아침에 침대가 정돈돼 있었다는 점 등을 의심의 근거로 들었다.
염소 냄새는 모퓨가 혈흔을 제거하는 데 염소를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모퓨가 밤에 잠들지 않고 다른 일을 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는 의심을 샀다. 푸켓은 모퓨의 방에서 모퓨의 주소가 쓰인 편지도 한 통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마치 모퓨가 알리바이를 만들려고 한 것처럼 보였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모퓨는 호텔 청소용품 때문에 염소 냄새가 났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호텔 측은 청소할 때 염소를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당시에는 물 소독 시 염소를 사용하는 호텔 수영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운영하지 않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채피 카운티 경찰은 모퓨에게 1급 살인, 증거인멸, 공무집행방해 시도 등의 혐의를 적용해 체포했다. 구체적인 혐의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1급 살인은 준비를 거쳐 계획적으로 사람을 죽인 범죄에 해당하는 혐의다.
존 스피즈 채피 카운티 경찰서장은 "수잰이 살아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신에 따르면 모퓨 가족은 2018년 봄 인디애나주 알렉산드리아에서 콜로라도주 채피 카운티로 이주했다. 수잰 모퓨는 과거 중학교 교사로 재직한 바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