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가 공매도 재개 여파에도 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액 비율이 높은 종목임에도 공매도를 버틸 만한 체력, 즉 굳건한 '실적 개선세'가 증명되면서다.
호텔신라는 올해 1분기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기록했다. 특히 면세점 수익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웃돌면서 연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여기에 중국 경기 반등세,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관광산업 정상화 등 실적 개선 호조가 잇따르면서 호텔신라를 둘러싼 강력한 주가 상승 동력(모멘텀)이 마련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매도 타깃종목 예상했었는데…되레 '52주 신고가'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호텔신라는 전 거래일보다 1200원(1.35%) 상승한 9만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9만13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다. 공매도 재개일인 3일 주가가 3.12%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이틀 새 4% 넘게 오른 셈이다.주목할 점은 호텔신라가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액 비율이 높은 대표적인 종목이라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호텔신라의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액 비율은 3.08%로 전체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공매도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주식을 빌리는 절차가 먼저 진행되므로,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액 비율은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실제로 지난 3일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을 대상으로 공매도가 재개된 이후 해당 비율이 높은 종목 대부분의 주가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호텔신라는 선방했다. 올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연간 수익성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면서다. 호텔신라의 1분기 실적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272억원, 266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영업이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면세점 수익성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1분기 호텔신라의 면세점 영업이익률은 6.6%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5.1%)을 뛰어넘었다. 인천국제공항 임차료 감면, 제1여객터미널(T1)영업 종료 등으로 인한 효과가 반영되면서다. 지난해 기준 호텔신라 매출의 87.9%는 면세점 몫이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면세점 매출이 전월 대비 20%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2분기 이후 추가 이익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한다"면서 "주가의 핵심 변수가 수익성 여부인 만큼,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진입한 호텔신라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경기 반등, 관광재개 움직임 등 호재…"실적 모멘텀 강력"
중국 경기가 반등세를 보이는 점도 주가에 호재다.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공'은 국내 면세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16일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24조9310억위안(약 4266조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18.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이 분기별 성장률을 집계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약 30년 만에 최고치다.
1분기 소매 판매도 10조5221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화장품 소매 판매 또한 40% 이상 큰 폭으로 늘었다.
김명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 소비 반등에 따른 화장품 수요 증가로 호텔신라의 소형 따이공 매출 비중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면서 "양호한 성장에 따른 매출 증가, 판관비 효율화 지속에 따른 주당순이익(EPS) 개선으로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관광산업 정상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가파른 수익성 성장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침체한 관광산업 회복을 위해 내달부터 백신 접종자에게 국경을 열 것을 회원국에 권고했다. 미국도 이날 뉴욕과 뉴저지, 코네티컷 등 3개주(州) 관광업을 포함한 경제활동 복귀를 예고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백신 접종률 상승으로 인한 국제 여객 정상화 국면에서 강력한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특히 예년보다 인천공항 임차료 레벨이 낮아졌기 때문에, 해외여행 재개 전반부에서 실적 개선 동력(모멘텀)이 매우 강력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들은 일제히 호텔신라의 목표주가를 올려잡고 있다.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은 목표주가를 각각 12만원, 11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KTB투자증권, 카카오페이증권도 목표주가를 11만원으로 올렸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