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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폭탄 받아보면 안다" 강성친문에 휘둘리는 與 [정치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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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말하면 문자폭탄이 쏟아집니다. 논쟁을 하며 최선의 정책을 찾아가는 것이 민주주의인데 이런 식이면 북한과 다를 게 없죠."

최근 사석에서 기자와 만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자 민주당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잇달아 나왔지만 강성 친문(친문재인) 지지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앞서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 메시지를 냈다가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강성 지지자들은 이들을 '초선 5적', '초선족' 등이라고 칭하며 문자폭탄을 쏟아냈다.

결국 성명에 참여했던 장경태 의원은 다시 언론에 "조국 전 장관이 잘못했다고 얘기한 것이 아닌데, 왜곡해서 알려졌다"고 해명해야 했다.

장 의원은 "더 처절하게 반성하고, 사죄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였다"며 "저 개인적으로는 조 전 장관이 잘못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민주당 차기 당권주자들도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송영길 의원은 재보선 참패의 원인 중 하나가 '조국 사태'라는 지적에 대해 "이미 지나간 일"이라며 평가를 거부했다.

홍영표 의원은 강성 지지층이 조국 전 장관을 비판한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낸 것에 대해 "그것도 민심"이라고 감쌌다.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당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한 민주당 전직 의원은 "최근 친문의 행태를 보면 사이비 종교 같다. 점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지지했던)태극기 부대를 닮아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친문을 '촛불 든 태극기 부대'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이들에게 휘둘리기 시작하면 민심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들을 무시할 수도 없어 당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했다.

당내 강성 친문 지지자의 숫자는 생각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000명쯤 차단하면 된다. 신경 안 쓰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문자폭탄을 보내는 지지자들이)과잉 대표되는 측면이 있고 (정치인들이)과잉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소수 강성친문에 휘둘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다른 전직 민주당 의원은 "문자폭탄을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쌍욕은 기본이고 부모욕, 자식욕도 한다. 그냥 차단하고 무시하면 된다고 하는데 쉽지 않다. 나중엔 의원실로도 항의 전화가 온다. 좌표를 찍어서 개인 SNS는 물론이고 의원실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등도 악플로 도배를 한다"며 "보좌진들부터가 그런 이야기(당이나 대통령에 반기를 드는)를 하지 말라고 말린다. 이런 상황에서 소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라고 했다.

이외에도 민주당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강성 지지자들은 여성 의원에겐 성희롱성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가슴 아픈 가정사를 들먹이며 모욕을 주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들은 심각한 고통에도 법적 대응을 하기도 어렵다. 같은 당원에게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내부 여론 때문이다.

때문에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초선 의원들을 보호하라"고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공개 요구했다.

조 의원은 "몇몇 (진보 진영)셀럽들이 (조국 사태 반성 메시지를 낸)초선의원 5명의 휴대전화 번호를 노출시켜 좌표를 찍고 '양념'(악플 공격)을 촉구했다. 실제 문자폭탄이 쏟아졌다"며 "맷집이 약한 의원들은 진저리치며 점점 입을 닫고 있다. 당이 점점 재보선 패배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정치인들이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당내 선거나 후원금 모금 등에서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앞서의 민주당 관계자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의원들도 정치 후원금 한도를 다 채우기가 힘든데 강성 지지자들의 지지를 받는 의원들은 후원금 한도를 일찌감치 채운다. 그런 사례를 옆에서 보다 보면 처음엔 합리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정치인들도 점점 강성 지지층의 입장을 대변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내 선거나 공천 경쟁 과정에서는 강성 지지층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소수라고 해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당내 선거나 공천 경쟁 과정에서는 적극 투표층인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강성 지지층이 소수라고 해도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무시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장성철 소장은 "새누리당(현 국민의힘)도 지난 2016년 총선에서 패하고 나서 또 친박 일색의 지도부를 선출했다"며 "당심과 민심이 괴리되는 현상은 모든 정당이 겪는 것이다. 이를 잘 극복하지 못한다면 민주당도 주요 선거에서 연패했던 보수정당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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