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행사 한 번 한다고 1000개 넘는 지점에 일일이 동의를 구하라는 게 말이 됩니까. 프랜차이즈업계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규제입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 대한 본사의 ‘갑질’을 막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법 개정안 내용이 알려지자 프랜차이즈업계가 불만을 강하게 제기하고 나섰다. 정부는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가급적 빨리 국회에서 처리되길 원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본사가 가맹점주의 비용 부담이 수반되는 광고 및 판촉행사를 하기 전에 ‘일정 비율’ 이상 점주들의 사전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치킨 프랜차이즈 국내 1위인 교촌치킨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269개의 가맹점을 두고 있는데, 교촌이 전국적인 할인행사를 하려면 1269개 업체에 모두 의견을 물어봐야 한다. 1269개 매장 가운데 얼마나 동의를 구해야 하는지는 추후 대통령령으로 정해진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시장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매번 1000개 넘는 지점에 일일이 연락을 돌려야 하면 어떻게 경영을 하라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공정위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상대적 약자인 가맹점주에게 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하는 일이 흔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전국 가맹점 1만20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2.6%의 가맹점주가 ‘본부와 불공정한 거래 경험이 있다’는 답이 나왔다고 전했다. 특히 ‘광고비 등을 부당하게 전가하는 행위’를 경험한 가맹점주가 13.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공정위는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갑질 등 부당한 업계 관행은 시장에 맡겨놔도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엔 본부의 갑질이 알려지면 곧바로 불매운동이 일어난다”며 “소비자가 알아서 본사를 외면하도록 시장에 자율성을 줘야지, 경영의 기본 활동인 광고·판촉에까지 건건이 규제를 들이밀면 시장은 위축되고 일자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엔 일정 비율 이상의 자영업 가맹점주가 가입한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공정위가 공인해주는 내용도 담겼다. 자영업 점주들이 본사 측과 식재료 가격 등을 두고 다툴 때 공정위가 점주들의 협상력을 높여주기 위해 직접 협상 대표성을 부여해준 것이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에 등록될 가맹점사업자단체가 ‘정부 공인 자영업 노조’와 다를 바 없다고 보고 있다. 외식업계의 한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는 “사실상 정부 공인 노조가 생기면 국내에서 프랜차이즈를 운영할 이유가 없고, 국내 업체는 대형 글로벌 프랜차이즈 업체와의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소수 업체의 갑질을 빌미로 공정위가 시장 전체에 갑질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본사가 광고·판촉활동을 하더라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비용 분담에 대한 별도 약정을 점주들과 체결한다면 사전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정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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