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자영업 점주에게 광고·판촉비 분담을 요구하려면 점주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동안 프랜차이즈 본사는 점주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스타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섭외하고 그 비용을 점주에게 일부 전가해왔는데, 앞으로는 점주들이 동의해야만 광고비 부담을 나누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가맹점주들이 본부와 협상할 때 협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가맹점주가 모인 연합체를 정부 명의로 공인해주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에게 조금이라도 비용 부담이 생기는 광고·판촉행사를 할 때 점주들로부터 ‘일정 비율’ 이상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 본사가 확보해야 하는 동의 비율은 추후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동의하는 가맹점주만 참여하는 분리 판촉행사는 사전 동의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본사 차원에서 전국 할인 행사를 기획할 때는 전국 모든 점주로부터 일정 비율 이상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특정 지역에서만 할인 행사를 한다면 해당 지역 지점들만 동의해도 된다는 의미다.
정부는 또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가맹점사업자단체는 프랜차이즈별 가맹점주로 구성된 일종의 자영업연합체다. 현행법에서도 자영업 점주들이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구성해 본사와 거래 조건과 관련한 협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저조한 가입률 등의 이유로 본사가 단체의 대표성을 문제 삼아 협상 요구에 성실히 응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에 공정위는 가입 비율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공정위에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가 가맹점주 연합체를 공식 인정해줌으로써 대표성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은 “가맹점사업자단체는 공정위의 공인으로 엄청난 권력을 갖게 됐다”며 “프랜차이즈 비즈니스가 앞으로 협력보다는 갈등으로 번져 시장이 위축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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