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투자 열풍이 거세지만 정부는 여전히 암호화폐의 내재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시장 교란이나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한 법, 규정, 제도가 사실상 전무한 이유다. 이런 가운데 내년부터 암호화폐로 벌어들인 소득에 과세가 이뤄진다. 투자자 사이에서 “내재 가치가 없다며 외면하는 대상에 세금을 매기는 정부의 입장은 모순”이란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암호화폐가 화폐도, 투자상품도 될 수 없다는 것은 현 정부의 일관된 정책 기조다. 지난달 25일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암호화폐거래소 사업이 등록제로 바뀌긴 했지만, 이 법은 자금세탁 방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국내 법체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암호화폐가 실체를 인정받는 곳은 소득세법이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암호화폐를 팔아 벌어들인 돈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연 250만원을 넘으면 20% 세율로 분리 과세하도록 규정했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실제 세율은 22%다. 시행은 내년 1월 1일부터다. 예를 들어 2022년 한해 암호화폐 소득이 400만원이라면, 2023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시점부터 250만원의 공제액을 뺀 150만원의 20%를 세금으로 내게 된다.
정부의 논리는 아주 간단하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해외 주요 국가들이 이미 암호화폐에 세금을 매기고 있는 점을 반영해 과세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미국, 영국, 프랑스는 암호화폐 관련 소득을 ‘자본소득’으로 분류해 세금을 떼고 있다. 일본은 ‘잡소득’, 독일은 ‘기타소득’으로 본다. 소득세법에 따라 암호화폐거래소들은 내년 1월부터 이용자의 거래 명세서를 분기별, 연도별로 과세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임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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