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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10개 넓이 클린·드라이룸 짓는 원방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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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露點)은 사물의 표면에 이슬이 맺히는 온도를 말한다. 공기 중 습기가 많으면 높은 온도에서도 금속에 수분이 생긴다. 리튬이온 배터리 등 첨단 산업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노점의 제어가 가장 중요하다. 습도를 최대한 낮출수록 배터리 품질이 높아진다.

원방테크는 넓은 실내의 노점을 영하 40도 이하로 건조하게 유지할 수 있는 ‘드라이룸’과 1000분의 1㎜ 이하 먼지까지 걸러내는 ‘클린룸’ 제작 전문 기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회사부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같은 디스플레이 회사,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같은 배터리 회사 등이 주요 고객사다.

SK이노베이션이 충남 서산에 지은 제1 배터리 공장과 미국 조지아에 건설 중인 제1·2 배터리 공장에 들어가는 원방테크의 드라이룸과 클린룸 규모를 합치면 8만2000㎡에 이른다. 국제 규격 축구장 10개를 합한 넓이다. 김병진 원방테크 대표(사진)는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스펙과 면적에 맞는 클린룸과 드라이룸을 위해 자체 개발한 공기조화기 제작 기술부터 밀폐형 천장 건설 기술까지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주로 반도체 공장 등에 필요한 클린룸은 먼지를 거르는 동시에 온도 변화로 인한 금속의 팽창을 막기 위해 섭씨 20도가량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또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한 기체를 걸러 외부로 내보내고 신선한 공기를 들여보내야 한다.

클린룸과 드라이룸의 품질만큼 김 대표가 신경 쓰는 것은 속도다. 반도체와 배터리를 하루라도 빨리 생산하기 위해 전 세계가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공장 건설이 지연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오기 때문이다.

원방테크는 이를 위해 최근 ‘리프트 모듈화 공법’을 개발했다. 건물 외벽에 간판 작업을 할 때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의 리프트 기구를 6개까지 맞붙였다. 지면 높이에서 모듈 조립을 완료한 뒤 천장에 설치만 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기존의 허공에 매달려 낱개 작업을 이어 가던 것과 비교해 최소 두 배 이상 작업 속도를 높였다.

이런 품질과 속도에 힘입어 원방테크의 실적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2016년 연결기준 매출 1453억원, 영업이익 154억원을 기록했던 것이 4년 만인 2020년 매출 3268억원, 영업이익 216억원으로 늘었다.

원방테크는 최근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공장용 항온·청정·제습 기술을 활용해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코로나19 이후 주목받는 제약기업들의 바이오 클린룸과 빅테크 기업 증가에 따른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건설 시장이다.

이미 보유한 기술에 살균 기능을 강화하고, 동선 설계에서 사람과 사물이 엇갈리지 않게 함으로써 교차 감염을 막는다면 바이오클린룸 시장 진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원방테크 측의 판단이다. 아울러 데이터센터 시장을 겨냥해 최소한의 전기 소모량으로 서버에서 나오는 열을 효율적으로 식혀주는 핵심 기술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는 반도체, 배터리 시장이 호황이면 원방테크도 성장하고 그렇지 않으면 같이 힘든 사이클이었다”며 “앞으로 첨단 의약품 제조용 바이오 클린룸과 정보기술(IT) 기업의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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