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하자 당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잇달아 나왔지만 강성 친문(친문재인) 지지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15일 한 민주당 전직 의원은 <한경닷컴>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친문의 행태를 보면 사이비 종교 같다. 점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지지했던)태극기 부대를 닮아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친문을 '촛불 든 태극기 부대'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이들에게 휘둘리기 시작하면 민심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들을 무시할 수도 없어 당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재보선 참패 이후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 메시지를 냈다가 강성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일부 당원들은 "조국 전 장관이 뭘 잘못했느냐" "조국 만큼만 하라" "내부 총질을 한다" 등의 의견을 당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 남기며 이들을 비판했다.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인 클리앙 등에서는 이들을 '초선 5적'이라고 칭하며 비판하기도 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성명에 참여했던 장경태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국 전 장관이 잘못했다고 얘기한 것이 아닌데, 왜곡해서 알려졌다"고 했다.
장 의원은 "더 처절하게 반성하고, 사죄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였다"며 "저 개인적으로는 조 전 장관이 잘못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민주당 차기 당권주자들도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송영길 의원은 재보선 참패의 원인 중 하나가 '조국 사태'라는 지적에 대해 "이미 지나간 일"이라며 평가를 거부했다.
홍영표 의원은 강성 지지층이 조국 전 장관을 비판한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낸 것에 대해 "그것도 민심"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강성 친문(친문재인) 지지자들로부터 초선 의원들을 보호하라"고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공개 요구하고 나섰다.
조 의원은 "우리 당에서 금기어 혹은 성역화된 조국 전 장관 문제는 보수정당의 '탄핵'과 같이 앞으로 두고두고 우리의 발목을 잡을 아킬레스건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의원은 "몇몇 (진보 진영)셀럽들이 (조국 사태 반성 메시지를 낸)초선의원 5명의 휴대전화 번호를 노출시켜 좌표를 찍고 '양념'(악플 공격)을 촉구했다. 실제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며 "맷집이 약한 의원들은 진저리치며 점점 입을 닫고 있다. 당이 점점 재보선 패배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당에 변화와 쇄신의 움직임이 있기는 한 거냐"며 "국민들은 우리 당을 한심하게 보고 내년 3월에도 야당이 미심쩍어 보이지만 여전히 진절머리 나는 우리 당을 혼내주기 위해 야당 대선후보를 찍을 수밖에 없었다고 실토할 것 같지 않냐"고 비판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