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위장 계열사를 신고한 직원에게 최대 5억원의 신고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불공정 행위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업 내부 불신을 조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위는 위장 계열사 신고 포상금 지급,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분쟁조정 신청 범위 확대 등을 핵심으로 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13일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이 공정위에 지정 자료를 제출할 때 계열사를 누락할 경우, 이를 신고한 사람은 최고 5억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제보한 증거 수준에 따라서 ‘최상’이면 5억원, ‘하’급이면 1억500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신고포상금 제도가 강화됐다. 신고포상금 제도는 다음달 20일부터 시행된다.
대기업집단은 공정위의 이번 시행령 개정에 내부 불신을 조장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자료 제출 과정에서 실수 등으로 누락한 경우에도 포상금을 노린 직원들의 타깃이 될 수 있어서다. 대기업 관계자는 “오너일가 친인척 중에 앙심을 품은 사람이 총수가 모르는 회사를 신고할 수도 있다”며 “대기업을 잠재적 범죄집단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분쟁조정 신청 대상 확대는 당장 시행된다. 그동안 공동의 거래 거절, 계열회사를 위한 차별, 집단적 차별, 부당염매(싼값에 장기간 물품 공급), 부당지원 행위는 피해를 보더라도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부당지원을 뺀 모든 행위에 대해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바꿨다. 부당지원은 공정위 시정조치를 통해 처리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분쟁조정 신청 대상에선 제외했다.
이 밖에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공정위 처분을 받은 당사자, 사건 신고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공정위 처분 관련 자료를 열람하거나 복사를 요구할 수 있다. 또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공정위 처분시효는 조사를 시작한 날부터 5년인데 신고사건은 ‘신고접수일’을, 직권으로 인지한 사건은 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등 조사를 시작한 날 중 가장 빠른 날을 조사개시일로 규정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시행을 위한 추가 시행령 개정 작업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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