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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상장 앞둔 '야놀자'…"동남아 '현지화' 전략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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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여가·플랫폼회사 야놀자가 글로벌 공룡 OTA(온라인여행사) 에어비앤비를 앞서는 '깜짝' 실적을 올렸습니다. 야놀자는 9일 "계열사인 젠룸스가 2월 필리핀 등 동남아 데이터 트랙픽(웹 세션) 집계에서 아고다와 부킹닷컴에 이어 3위에 올랐다"고 발표했습니다. 글로벌 디지털마케팅 솔루션회사 에스이엠러쉬(SEMrush)와 구글 애널리스틱스가 OTA 플랫폼의 월간 데이터 트래픽을 집계한 결과입니다.

에스이엠러쉬와 구글 애널리스틱스에 따르면 지난 2월 젠룸스의 데이터 트래픽은 84만9311건으로 에어비앤비(72만9000), 트래블로카(71만7000), 익스피디아(23만1000)를 앞섰습니다. 동남아 토종 플랫폼이 거대 글로벌 플랫폼을 앞서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부동의 1위 아고다는 200만건, 2위인 부킹닷컴은 150만건을 기록했습니다.

일시적인 현상 내지는 우연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인구 6억6000만의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평가받는 시장에서 올린 성과라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와 시사점이 있어 보입니다. 더군다나 야놀자는 올 상반기 기업공개(IPO)을 앞두고 있습니다.
○글로벌 사업의 교두보 '젠룸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젠룸스(ZEN Rooms)'는 동남아 최대 규모의 호텔체인입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사아, 싱가포르 등 5개국 50여개 도시에 1만3000개 객실을 최저 9달러(1만원)부터 판매하고 있습니다. 항공업계가 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FSC)와 저비용(LCC)항공사로 나뉘는 것처럼 호텔업계의 LCC인 셈입니다.

젠룸스는 2015년 키렌 탄나와 나단 보우블리가 설립했습니다. 두 명의 공동창업자 중 나단 보우블리가 현재 젠룸스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또 다른 공동창업자인 키렌 탄나는 세계 최대 온라인 음식주문 플랫폼인 '푸드판다(foodpanda)' 창업자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총괄하던 그는 2020년 1월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싶다"며 4년 만에 젠룸스를 떠났습니다.

야놀자는 2018년 1500만 달러(약 168억원)에 이어 2019년 2차 투자로 젠룸스의 1대 주주가 됐습니다. 야놀자의 전체 투자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소 1차보다는 클 것으로 업계에선 추정하고 있습니다. 야놀자가 처음 인수조건부로 투자할 당시 연 매출 100억원 미만이던 젠룸스는 1년 만인 2019년 실적이 400% 급증하며 성장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야놀자가 젠룸스 인수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먼저 국내 숙박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야놀자는 2018년 젠룸스 투자로 해외진출에 첫 발을 뗐습니다. 야놀자 글로벌 사업의 효시인 셈입니다. 2019년 젠룸스 1대 주주에 오른 야놀자는 "동남아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투자한 것"이라며 "동남아를 교두보로 삼아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내비쳤습니다.
○B2C·B2B 동남아 호텔시장 공략
당시 업계에선 야놀자가 젠룸스 투자를 통해 호텔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야놀자가 2011년부터 브랜드호텔 사업을 추진해왔기 때문이죠. 실제로 야놀자는 호텔 야자, 얌, 에이치에비뉴, 넘버25, 브라운도트, 하운드 등 6개 호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올 1월 기준 야놀자는 전국 9개 도시에 총 300개의 브랜드호텔을 가맹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놀자는 업계의 예상을 뒤엎고 호텔체인인 젠룸스를 중저가 호텔예약 플랫폼으로 바꿨습니다. 야놀자의 숙박예약 플랫폼 운영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 자체 브랜드호텔 외에 동남아 전역에 있는 중저가 호텔을 판매하기 시작한 겁니다. 젠룸스가 언제부턴가 현지에서 야놀자의 동남아 버전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입니다.

젠룸스가 자체 개발한 객실 예약과 판매, 운영 시스템을 고도화하면서 B2B(기업 간 거래)사업 확장에도 나섰습니다. 야놀자는 2019년 세계 160개국 1만3000개 호텔을 고객으로 둔 클라우드 기반의 객실관리시스템(PMS) 회사 이지테크노시스를 인수하면서 단숨에 오라클에 이어 시장점유율 세계 2위의 PMS회사가 됐습니다. 나단 보우블리 젠룸스 대표는 "2019년 1년 만에 젠룸스 실적이 400% 급증할 수 있었던 건 야놀자의 PMS를 사용하는 중저가 호텔이 늘어난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야놀자 역시 젠룸스를 동남아 최대 '풀스택(full-stack) 호스피탈리티' 회사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놨습니다. 풀스택 운영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모두 다루는 사업 형태입니다. 젠룸스를 중저가 호텔예약 플랫폼 서비스와 객실과 인력, 서비스 운영시스템을 공급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회사로 키우겠다는 계획입니다. 야놀자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그대로 젠룸스에 투영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현지화 전략 "포스트 코로나에도 통할까"
야놀자의 동남아 시장 전략의 핵심은 '현지화'입니다. 야놀자는 다른 글로벌 OTA와 달리 동남아 현지에서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토종 브랜드인 젠룸스를 앞세우는 이유입니다. 야놀자는 B2B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모든 사업 영역에서 야놀자가 아닌 젠룸스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야놀자 관계자는 "일본의 라쿠텐, 중국 트립닷컴, 인도 오요(Oyo) 등 어느 나라든 대표적인 토종 OTA가 있지만 동남아시아는 아직 그럴만한 기업이 없는 상황"이라며 "현지 소비자의 성향과 취향에 가장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종 OTA를 키우는 것이 야놀자 동남아 시장 공략의 전략이자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젠룸스의 '깜짝' 실적이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사라지면서 나타난 일시적인 착시나 반사 효과일 수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국경 폐쇄와 여행 제한 조치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글로벌 OTA 이용 감소는 당연한 결과라는 겁니다. 글로벌 OTA 주 이용자가 미주, 유럽 여행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근거없는 평가나 주장은 아닙니다.

야놀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여행시장이 초토화된 상황에서 지난해 역대 최대인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100억원에 달하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처음 70억원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젠룸스와 같이 해외여행 수요가 국내로 돌아서면서 나타난 깜짝 실적의 효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야놀자는 지난해 해외여행 수요가 호캉스 등 국내로 돌아서면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여행이 완전히 재개되기 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어도 국내시장에서 야놀자의 강세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또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코로나 이후 다시 해외로 돌아설 수요를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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