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때 처음 요트를 타고 느낀 짜릿한 감동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40년째 요트를 즐기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매력적이에요.”
이필성 아시아요트연맹 부회장(59·사진)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요트 마니아’다. “평생 요트를 끼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무 살 이후 한 해도 요트를 타지 않고 넘어간 적이 없었다. 이 부회장은 “길을 걷다가도 바람이 제법 불면 ‘요트 타기 좋은 날씨’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며 “바람을 이용해 물 위에서 속도를 내고 움직이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고 말했다.
그가 요트와 가까워진 것은 대학 시절이다. 홍익공업전문대 조선학과에 1981년 입학한 뒤 전공을 살리면서도 운동할 수 있는 동아리를 알아보다 ‘요트 동아리’에 가입했다. 이 부회장은 “동아리 선배들이 딩기요트 두 척을 만들어놓고도 타는 방법을 몰라 요트를 놀리고 있었다”며 “같이 배워서 타보자고 선배들을 졸라 경기 양평 두물머리로 향했다”고 회상했다.
그 이후로는 훈련의 연속이었다. 다른 대학교 요트 동아리의 연습을 곁눈질로 보면서 맹훈련했다. 어렵지만 재미를 느껴 결국 요트 동아리 회장에 올랐다. 그는 “취미를 넘어 진로의 중심에 요트를 두게 됐다”고 했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돼 3년간 요트 국가대표팀 주장으로 활동했다. 프레올림픽 등 각종 세계대회를 누볐다. 1990년부터는 지도자로 활약했다. 1998년 요트 국제심판 자격증을 획득해 25년간 세계대회 국제심판으로도 활동했다. 2016년 아시아요트연맹 부회장에 당선됐고, 지난달엔 연임까지 했다. 이 부회장은 “요트를 타면 사치스럽다고 보는 편견이 늘 안타깝다”며 “요트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슈퍼요트만 있는 게 아니라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1~2인용 딩기요트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트 타기 좋은 계절로 봄과 가을을 꼽았다. 이 부회장은 “요트는 바람이 생명”이라며 “여름은 바람이 잘 안 불고, 겨울은 기온이 떨어져 추운 데다 물이 튀면 세일링이 어렵다”고 했다. “다만 남해안은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날이 많아 ‘겨울 요트’도 인기”라고 설명했다.
운동 효과가 큰 것도 매력 중 하나다. 그는 “바람을 이용해 속도를 내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요트를 조정하려면 일정 수준의 체력이 필요하다”며 “전신의 근력과 근지구력·유연성·민첩성을 고루 키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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