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 오 당선인은 57.50%의 득표율을 얻어 당선됐다. 역대 서울시장 2위에 해당하는 특표율이었다. 역대 1위는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 당선인이 얻은 61.1%였다. 박 후보(득표율 39.18%)와의 격차는 18.32%포인트였다.
오 당선인은 이번 선거까지 서울시장 선거에서 3전 전승을 거뒀다. 첫번째 서울시장 도전은 2006년이었다. 당시 맞상대는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였다.
강 후보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후보들을 상대로 우세가 점쳐졌으나 오 당선인의 등장으로 판이 뒤집혔다. 선거결과도 오 당선인이 여유롭게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최종 결과 역시 오 당선인 61.1%, 강 후보 27.3%로 33.8%포인트 압승을 거뒀다.
오 당선인은 서울시장 연임 상대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했던 한명숙 후보였다. 한 후보는 여성 최초의 국무총리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어 만만찮을 것으로 여겨졌다.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여성부(현 여성가족부) 장관을 역임했고, 노무현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까지 맡는 등 기존의 여성 후보와는 달리 행정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팽팽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여론 조사는 오 당선인이 한 후보에 10%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내내 서울시의 글로벌 경쟁력이 상승하는 등 치적이 강조됐다. 하지만 당시 지방선거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직후에 치러졌던데다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이 시작되던 시점으로 최종 결과는 박빙이었다. 실제투표 결과는 오 당선인 47.43%, 한 후보 46.83%. 두 후보의 차이는 0.6%포인트에 불과했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도 오 당선인의 맞수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역임한 박 후보였다. 4선의 관록을 가진데다 특유의 '저격수', '초강경파' 이미지로 밀어부치는 박 후보에 고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넉넉한 표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오 당선인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연전연승한 것과 달리 박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에서만 3전 3패하는 충격적인 결과가 발생했다.
박 후보는 지난 2011년 오 당선인의 서울시장 사퇴로 발생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다. 하지만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당시 무소속이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패배해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안철수 효과'가 있었다고 하지만 당시만 해도 대중들에게는 정치 무명과 다름 없었떤 박 전 시장에게 패배한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박 후보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나섰지만, 3선 도전에 나선 박 전 시장에게 밀려 2위에 그쳤다.
이번 경선은 모처럼 예선을 뚫고 본선까지 진출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박 전 시장의 성추문 파동으로 시작된 선거인만큼 박 후보에게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생각보다 큰 격차였다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가 두 후보의 희비를 갈랐다는 점에서 주목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오 당선인은 2011년 서울시장 사퇴 이후 2016년, 2020년 두 번의 총선에서 연이어 패배하면서 정치 생명의 위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승리를 통해 대권 가도 역시 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총선 불출마 이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성공적인 직무 수행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대패하면서 향후 정치 행보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