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네거티브(흑색선전)가 많았던 선거라는 비판이 나온다. 선거 내내 등장한 생태탕, 페라가모 등의 단어가 이번 선거의 상징이었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까지 있다. 자연스레 정책 대결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평가다.
네거티브의 ‘포문’을 연 건 여당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을 선거 내내 물고 늘어졌다. 오 후보가 토지 보상에서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는 뒷전이었다. 여야 후보는 선거기간 내내 ‘측량 현장에서 봤다’ ‘안갔다’ ‘생태탕을 먹었다’ ‘생떼탕’ ‘페라가모 구두를 신었다’ 등의 공방을 주고받았다. 지지율 만회를 위해 여당이 무리한 네거티브를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당내 일각에서도 있었지만 ‘오 후보=거짓말쟁이’라는 프레임의 공격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야당 역시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박영선 후보가 도쿄에 집을 소유했다는 이유로 “도쿄박” “야스쿠니뷰(야스쿠니 신사가 보이는 집)”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야당은 내곡동 의혹과 관련해 오 후보를 봤다는 증언자에 대해 도박 방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여당과 같은 방식의 반격”이라며 정당성을 강조했지만 유권자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부산시장 선거도 비슷한 양상이 펼쳐졌다. 매일같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에 대한 국가정보원 사찰 개입 논란, 불법 건축물 논란, 국회 내 식당·미술품 특혜 논란 등이 쏟아졌다.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은 네거티브 공방의 정점이었다. 이 과정에서 엘시티에서 대마도가 보인다는 ‘대마도뷰’ 논란 등의 원색적인 비난도 가해졌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내가 잘하는 것보다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은 것 같다”며 “진영 간 대결이 극대화된 이번 선거에서 이런 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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