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해 아시아, 유럽 등 세계에서 집값이 급등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글로벌 주택가격 상승으로 ‘잠재적 거품’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다수의 경제학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같은 주택시장 붕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WSJ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집값은 지난해 3분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작년 이들 국가의 집값 상승률은 평균 5%에 육박해 약 20년 만에 가장 높았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기존 주택의 중위가격이 30만9800달러(약 3억5000만원)로 1년 전보다 12.9% 급등했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 집계 결과 지난해 기존 주택 거래량은 564만 건으로 2006년(648만 건) 후 14년 만에 가장 많았다. 중국 광둥성 선전의 작년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16%에 달했다.
글로벌 집값 상승은 수년간 이어진 저금리와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각국 정부의 ‘공격적 돈풀기’,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교외 넓은 집’ 수요 증가 등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일부 국가에선 집값 상승에 대해 ‘과열 주의보’를 내리고 있다. 카스텐 빌토프트 덴마크 중앙은행 부총재는 최근 “연 5~10%의 집값 상승이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낮은 자금조달 비용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경고성 보고서를 냈다.
중국 금융당국은 자산시장을 거품이라고 지적하며 시장 안정을 위한 규제에 나섰다. 뉴질랜드는 지난달 주택 중위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3% 급등하자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강화했다.
WSJ는 서울에선 작년 한때 집값이 연율 기준 15%가량 뛰자 일부 신혼부부가 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혼인신고를 늦추는 사례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경제학자들은 집값 급등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같은 주택시장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보다 주택 구매자의 신용등급이 우량하고 선불 비중이 높으며 실수요가 많아졌다는 이유에서다. WSJ는 미국 등 많은 곳에서 주택 구매가 투기보다 실수요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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