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초청 대상 외에 정당 대표와 정무위원 및 국방위원으로 초청 범위를 확대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서해수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25일 오후 6시께 한 국회의원이 국가보훈처로부터 이 같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에는 “기념식 참석 요청이 많아 참석 범위를 최대한(으로) 검토했다”는 부연 설명이 붙었다. 앞서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올해는 참석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히며 ‘야당 배제’ 논란이 벌어진 지 사흘 만이다.
보훈처는 당초 정치권에서는 여야 5개 정당 대표와 국회 국방위원장·정무위원장만을 초청할 계획이었다. 총 7명의 정치인 중 범여권 정당 대표 3명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2명까지 5명을 여권 인사로 채우려 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방역과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덧붙였다. 보훈처가 앞장서 북한 도발로 희생된 장병 추모를 ‘정치적 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황당무계한 보훈처의 이 같은 해석은 졸지에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까지 선거를 앞둔 정치 행보로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26일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취임 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참석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이 5년 임기 중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두 번은 각각 지난해 4·15 총선과 올해 4·7 재·보선을 코앞에 두고서였다.
보훈처의 우려대로 천안함에 보수 색채가 씌워진 데는 사건에 대해 민주당이 보여준 태도가 큰 몫을 했다. 민주당은 2010년 천안함 폭침 후 계속해서 재조사 등을 요구하며 ‘북한 소행’이라는 사실을 부정했다. 문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 직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확한 물증 없이 북한 소행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했다. 민주당이 북한 소행이라는 뜻이 들어간 ‘폭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때는 2012년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둔 시점부터다. 문 대통령은 당시 대선 토론회에서 “이명박 정부가 안보를 강조하지만 실제로 보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고 말하며 처음 썼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기념식에서는 “북한 소행이냐”는 한 유족의 질문에 “정부의 입장은 같습니다”고 답했다. 본인 입으로 “북한 소행”이라고 말해야 한다는 요구가 여전하지만 올해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정부가 나서서 천안함을 정치화하며 “서해 영웅들이 이룬 애국의 역사는 모두를 위한 통합의 유산이 돼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가슴 절절한 기념사는 진정성을 의심받게 됐다. 정부가 불필요한 논란을 유발하기에 앞서 되새겨야 하는 말은 “애국적 희생을 존중하고 예우하는 정신은 국민을 하나로 이어주는 힘”이라는 대통령의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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