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임실·순창을 지역구로 둔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드라마 `펜트하우스2` 제작진에게 "극 중 국회의원 역 배우 봉태규가 달고 있는 배지를 바꿔달라"고 공개 서한을 보냈다.
이용호 의원은 "펜트하우스2 제작진께 드리는 공개서한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이규진 국회의원이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는데, 거짓으로 기절해 천막으로 들어가 진수성찬을 먹고, '기절했으니 이제 단식을 자연스럽게 끝내도 되겠다'며 좋아하고, 주식 정보를 미리 파악하지 못해 분노하고, 본인이 국회의원이 돼서 집값이 올랐다 자랑하기도 하는 장면이 있었다"면서 "현실 속 국회의원으로서 보기 민망했다"고 적었다.
이용호 의원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신랄한 풍자의 수준을 지나 ‘조롱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사실 우리 정치가 국민을 만족시켜드리기는커녕,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맞지만 우리 사회의 정치 불신이 더욱 심화될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그 장면을 보게 된 것도 한 국회의원이 진짜 농성을 하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라며 "드라마 속에서 특히 눈길이 갔던 것은 국회의원 배지였다. 어떻게 구했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제가 갖고 있는 배지와 너무도 똑같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펜트하우스2는 많은 이들이 애청하는 드라마이고, 특히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작품이 현실을 반영한 것인데, 반대로 작품을 통해 현실을 바라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호 의원은 "드라마를 비롯한 모든 작품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존중한다"면서도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양극화와 진영논리에 따른 분열, 정치 불신이 심각한 수준인데 디테일적인 부분까지 현실과 똑같지 않아도 드라마 효과는 잘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용호 의원이 공개적으로 이 같은 글을 올리자 처음 달린 댓글은 "한가한 소리 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네티즌들은 "국회의원이 월급 받으면서 드라마 보고 편지나 쓸 때인가? 그 꼰대의 절정이라는 군대도 군에 비판적인 영화나 드라마 찍을 때 군복 바꿔달라는 요구는 안 한다. 드라마의 배지가 부끄럽게 느껴지면 열심히 할 생각을 해야지", "의원님 우리 사회의 정치 불신은 드라마가 만든 것이 아닌 지금 배지 단 국회의원님들 본인들이 만드셨다는 걸 아셨으면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드라마 하나에 국회의원님들을 불신할만큼 멍청하지 않다", "국회의원 이미지가 드라마 하나로 좌지우지되는 나라의 국회는 도대체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등의 울분 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