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10년 가까이 의대 진학을 강요받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한 30대 여성이 엄마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 법원은 징역 10년형을 선고했지만 이 여성은 오히려 감옥이 더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17일 요미우리 등 일본 매체들은 의대에 진학하라는 강요에 의해 9년간 재수를 하고 간호사가 된 후에도 엄마에게 정서적 학대와 감시를 당한 30대 여성이 칼로 엄마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했다고 전했다.
보도내용에 따르면 3년 전 일본 시가현 모리야마시에서 일어난 모친 살해사건의 피고인 노조미(34)는 오사카 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노조미는 사망 당시 58세였던 엄마 기류 시노부에게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의사가 돼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의대에 가기엔 성적이 부족했다. 실제로 그는 지방 국립의대에 원서를 냈지만 매번 불합격했다. 하지만 엄마는 친척들에게 "딸이 의대에 합격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계속 의대 입시를 강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미는 무려 9년간 수험생 생활을 하며 세 번이나 가출을 시도했지만 경찰에 발견돼 번번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2014년이 돼서야 엄마에게 조산사가 되겠다는 약속을 하고 지방의대 간호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수술실 간호사가 되고 싶은 딸과 빨리 조산사 자격증을 따라고 요구하는 엄마 사이에 다시 갈등이 시작됐다.
노조미는 법정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은 엄마는 학벌 컴플렉스가 있었고 간호사를 무시한 채 의사만 존경했다"며 "제가 간호사가 아닌 사람들에게 의사와 비슷하게 보이는 조산사가 되길 바랐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노조미는 결국 인터넷에서 자살 방법 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2018년 1월19일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털어놨지만 엄마는 "너 때문에 불행의 구렁텅이에 빠졌다. 배신자"라며 딸을 비난했다.
결국 노조미는 이날 밤 엎드려 있는 엄마의 목을 칼로 찔러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집 근처 하천에 버렸다. 두 달이 지나 시신이 발견됐고 노조미는 사체 유기 혐의로 체포됐다가 살인 혐의로 다시 체포됐다.
2020년 1심 공판에서 엄마가 자살했다고 주장했던 노조미는 실형 1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성인이 된 후에도 극심한 간섭을 받아왔고 범행에 이른 경위에 동정의 여지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후 2심에서 살인을 인정하고 반성하면서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피고 측과 검찰이 2월까지 항고하지 않아 형은 확정됐다.
노조미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엄마의 교육 방식이 힘들었지만 당시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포로 같았던 당시보다 감옥에서의 생활이 더 편하다"고 털어놨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