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사진)은 시장을 이렇게 예측했다. “성장주 중심의 강세장이 가치주 중심으로 바뀌고, 미국 기술주는 큰 폭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 근거는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금리가 급등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미국의 애플, 테슬라 등과 국내 대표적인 성장주들이 크게 조정받고 있다.
증권업계 1세대 퀀트 전문가로, 최장기 리서치센터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그를 다시 찾았다. 금리와 향후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물었다.
조 위원은 변동성이 큰 조정장이 오는 4월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2900선은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덧붙였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훼손되지 않았다는 게 주요 근거다.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과 원자재 등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는 “강세장이 약세장으로 바뀌려면 하이일드부터 망가져야 하는데 경기소비재와 에너지 비중이 높은 하이일드는 경기 회복 때문에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달러도 재정적자가 확대된 상황에서는 급반등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신흥국 내 자산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정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 정상화는 기업 실적의 정상화를 뜻하는 만큼 주식시장이 경기와 반대 방향으로만 달릴 수는 없다고도 했다.
2분기부터 성장주들이 다시 오를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2분기 중반 이후엔 금리가 횡보하거나 하향 조정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떨어지는 영향 때문이다. 경기선행지수에서는 통화증가율이 중요한데 지난해 3~4월 돈을 풀었던 효과로 올해는 통화증가율이 크게 높아지기 힘들다고 했다. 경기선행지수가 떨어지는데 금리가 마냥 오를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경기선행지수 영향으로 화학, 철강 등 최근 강세를 보이는 업종이 주춤하게 될 것”이라며 “2분기부터 가치주는 시장 수익률을 이기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조정장이 끝나면 코스피 주당순이익(EPS)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실적 장세의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코스피지수는 3200을 넘어 3500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업종은 반도체를 주목했다. 성장성과 실적 개선이라는 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보기술(IT)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관련주도 유망하다고 봤다. 자동차주도 안정적인 실적에 전기차 등 성장성이 더해지는 업종으로 꼽았다. 그는 “하빈기부터는 삼성전자가 다시 주목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금 큰 폭으로 조정받은 2차전지도 저가 매수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