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시계로 집에서 부정맥 확인
웨어러블 출시 경쟁이 가장 뜨거운 건 심전도 측정 분야에서다. 기존엔 부정맥 여부를 알기 위해 가슴에 별도 장비를 붙여서 심전도를 측정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랐다. 휴이노는 손목시계와 패치 형태 두 종류로 웨어러블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메모워치’는 인공지능(AI)이 심전도 이상 여부를 파악해 주는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다. 이 회사는 패치형 심전도 측정기인 ‘메모패치’도 개발했다. 메모패치엔 의료진이 원격 모니터링으로 착용자의 심전도 이상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다. 휴이노는 유한양행과의 판권 계약을 통해 올 하반기 메모패치와 메모워치를 잇따라 출시한다는 구상이다.
착용 기간을 늘리거나 편의성을 높인 제품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에이티센스는 지난해 패치형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인 ‘에이티패치’를 출시했다. 국내 최초로 11일간 장기 측정이 가능한 웨어러블 제품이다. 스카이랩스는 지난 1월 혈류 측정 센서를 반지에 삽입한 심전도 측정기 ‘카트원’의 판매에 들어갔다. 1회 2시간 충전으로 48시간 사용이 가능하게 했다. 올 하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하는 대로 미국 판매에도 나설 예정이다.
스카이랩스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으로 원격 진료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환자의 잦은 내원을 줄일 수 있는 쪽으로 헬스케어 제품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향후 고혈압, 심부전증, 호흡기질환 등으로 진단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올해 출시”
약물주입기를 웨어러블로 만든 헬스케어 기업도 있다. 이오플로우는 복부에 붙이는 인슐린 펌프인 ‘이오패치’의 국내 출시를 위해 판매사인 휴온스와 막바지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르면 이달 말 판매에 들어간다. 이오패치는 체외에서 자동으로 인슐린을 주입해 혈당을 조절하는 의료기기다.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의 상용화에 성공한 건 미국 인슐렛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기존엔 당뇨병 환자가 주삿바늘을 직접 찔러 넣어 인슐린을 투여해야 했다. 이오패치를 이용하면 3.5일간 패치 교체 없이 버튼 하나로 인슐린 투여가 가능하다.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세계 시장 규모는 연간 1조1000억원 수준에 달하지만 세계 1위 업체인 인슐렛을 제외하곤 이오플로우와 견줄 만한 경쟁자가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 회사는 올 5월 유럽 CE 인증을 획득한 뒤 올해 안에 유럽 17개국에서 이오패치를 공급할 계획이다. 인슐린 펌프와 혈당 측정 센서를 결합한 ‘이오패치X’도 2022년 말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오플로우 관계자는 “이달 중 이오패치X의 호주, 미국 임상에 착수하겠다”며 “진통제, 마취제, 호르몬제 등 다양한 종류의 약물 주입기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웨어러블용 신소재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조영호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팀은 땀이 차지 않는 폴리머 소재의 개발 성과를 지난 1월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리포트에 게재했다. 폴리머 소재에서 습기를 내보낼 수 있는 구멍(공극)의 크기를 균일화해 피부에서 발생하는 땀보다 많은 양의 습기를 밖으로 내보낼 수 있도록 했다. 조 교수팀은 이 폴리머 소재에 센서를 집적해 생체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반창고형 패치도 개발 중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