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상승세가 지난해 7월 말 새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에 따른 부담감이 커진 게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3일 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달 56.17%로 전달(56.26%) 대비 0.09%포인트 하락했다. 새 임대차법 시행 직후인 지난해 8월(53.27%)부터 올해 1월(56.26%)까지 연속으로 상승했다가 처음으로 낮아진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도 전세가율이 하락세에 접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해 7월(57.26%)부터 올해 1월(58.55%)까지 매달 상승했다가 지난달 58.52%로 처음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 하락세는 최근 주춤하고 있는 전세시장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새 임대차법 도입 이후 전셋값이 너무 많이 오르면서 서울 일부 단지에서는 전세 매물이 증가하고 호가가 내리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2일 기준 서울의 전세 매물은 6개월 전보다 22.9%, 2개월 전 대비 2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기와 인천도 매물이 늘었다.
서울 아파트의 전셋값 오름세도 꺾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0.96%에서 올해 1월 0.74%, 2월 0.60%로 2개월째 상승폭이 줄었다. 향후 3개월간의 서울 아파트 전셋값 전망(KB부동산 전망지수)도 지난해 8월 142.6까지 상승했지만 지난달에는 114.6으로 떨어졌다.
다만 부동산업계는 “서울 전세시장이 안정됐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본격적인 봄 이사철이 시작되면 전세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예정된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도 변수다. 올해 입주가 예정된 서울 아파트는 2만6940가구로, 지난해(4만8758가구)보다 45% 적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워낙 전셋값이 많이 오른 데다 겨울 비수기와 설 연휴가 맞물리면서 상승세가 주춤해졌다”며 “‘2·4 대책’ 이후 매매 관망세와 청약대기 수요 증가, 봄 이사철 수요 등은 전셋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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