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키로 하면서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은 필요하지만 4월 선거를 앞두고 규모가 커지면서 국가채무와 부채비율 등이 악화하고 있다. 향후 전국민 위로금 등 5~6차 지원금까지 주게 되면 올해 말 나랏빚은 1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재정 적자폭 역대 최악
정부가 2일 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한 총 19조5000억원 규모의 4차 재난지원금 중 추가경정예산은 15조원이다. 4조5000억원은 기존 예산으로 충당한다. 이번 추경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3차 추경(23조7000억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추경(17조2000억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다.정부는 15조원의 추경 중 9조9000억원을 적자 국채 발행으로 충당키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국가채무는 작년 말보다 119조원 증가해 965조9000억원에 이르게 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7.3%에서 48.2%로 1%포인트가량 상승한다.
적자 규모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추경으로 인해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126조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작년 118조6000억원 적자에서 7조4000억원 확대된다. GDP 대비 적자 비율은 -6.1%에서 -6.3%로 역대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나랏빚 올해 1000조원 넘을 수도
문제는 정부의 재정 살포가 여기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여당과 청와대 등 정치권은 당장 5~6차 재난지원금을 예고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코로나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위로 지원금, 국민 사기 진작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이를 모두 적자국채로 충당하게 되면 올해 나랏빚은 1000조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기 위해 14조3000억원을 쓴 지난해 4월의 사례를 감안한 계산이다. 재정 살포 확대에 따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0%에 육박할 전망이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예산을 우선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중반기 정도 가야 집행이 부진하거나 성과가 미흡한 사업에 대해 지출 구조조정의 여지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산은 쓸 곳이 정해져 있어 지출 구조조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고, 규모 역시 미미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번 추경안과 관련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보선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4차 재난지원금을 논의해 이제 와 급히 지급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1000조원 빚을 어떻게 갚을지 전혀 답이 없다”며 “집권세력이 국고를 무시하고 매표행위를 한다”고 했다.
형평성 논란도 불거져
이런 가운데 정부가 매출 파악이 어렵고 세금도 내지 않는 노점상으로 지원 대상을 넓힌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크다. 자영업자들은 노점상 지원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영업자는 매출 감소가 확인되지 않으면 지원금이 회수되지만 매출 확인 자체가 불가능한 노점상은 이 같은 조치를 하지 못해서다. 세금을 내지 않고 임차료 등 고정비도 없어 지원이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일반 근로자와 농민 등 지원금 지급에서 제외된 계층에서도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소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노점상만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는 소득 감소분 산출이 어렵다는 이유로 농업인 지원을 배제해왔는데 마찬가지로 이를 명확하게 알 수 없는 노점상이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며 “기준 없는 편가르기식 복지 정책은 국민적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