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동부에 있는 친(親)이란 민병대 시설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지난 25일 미군의 정밀유도 미사일 공습으로 건물 10여 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시커먼 잔해만 어지럽게 널려 있다. 이번 공습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번째 군사작전으로, 지난 15일 이라크 북부지역의 미군기지 피습에 대한 보복 조치다.
바이든 대통령은 2월 초 “외교에서 대화와 군사 카드를 모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민주당 출신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의 ‘기다리며 지켜보기’와는 확연히 다른 접근법이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친이란 민병대 공습에 대해 핵협정(JCPOA) 복귀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이란은 물론이고, 이란과 합작해 핵·미사일을 고도화 중인 북한 등 다른 적대국들에도 군사적 옵션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란과 북한이 ‘선 제재 해제’와 ‘선 비핵화’를 두고 미국과 줄다리기를 벌이는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 손에는 ‘대화 카드’, 다른 손에는 ‘무력 카드’를 갖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도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지난 1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신형전술유도탄) 개량형은 하강 중 궤도를 바꿀 수 있고 사거리가 늘어 요격하기 쉽지 않다.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하면 발사 징후조차 탐지하기 어렵다.
미국으로서는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을 통한 감시와 대응 능력 강화가 시급해졌다. 존 하이튼 미 합참차장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 능력은 북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 역량을 더 키워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 국무부 대변인 역시 “가장 효과적인 비핵화 방법은 외교이지만 미국의 인내심은 무한하지 않다”고 말했다. 취임 한 달 만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바이든 대통령의 ‘비핵화 해법’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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