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힘들고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상사에게 잔뜩 욕을 먹었을 때. “회사 때려치우고 사업하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 같다. ‘사장님’ ‘대표님’이라는 호칭도 달콤하다. 하지만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 갚아야 할 대출이 발목을 잡는다. 그런데도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사장’을 선택한 사람들, 바로 창업자다.
이들은 왜 자기 사업을 할까. 반복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무엇이 그들을 버티게 해줄까. 디지털이 점령한 시대에 아날로그의 가치를 발견했던 《아날로그의 반격》의 저자 데이비드 색스가 주목한 것은 이 대목이다. 창업 성공신화는 이미 넘쳐나지만 대부분 ‘어떻게’ 성공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색스는 신작 《사장의 탄생》에서 ‘왜’에 집중했다. 왜 사장이 됐는가. 왜 자기 일을 하기로 선택했는가.
색스는 생존을 위해 창업한 시리아 이민자 출신의 제과점 사장부터 기후변화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기술 스타트업을 차린 70대 창업가까지 다양한 업종의 사장 200여 명을 만나 해답을 모색했다. 업종도, 목적도, 계기도 달랐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할 자유를 누리고, 그런 대담한 도전 속에서 경험하는 성공과 실패를 감내하고 책임진다”는 것이다.
종업원지주제를 통해 함께 기업경영을 개선하고, 가족사업이라는 험난한 도전을 통과하고 있는 2세 사장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벤처캐피털에서 수백억원을 투자받고 언론에 화려하게 소개되는 기업가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한다. 사장이란 타고난 능력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시작할 수 있는 도전이라는 얘기다.
변화와 위기의 시대, 누구든 사장이 될 수 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 ‘내가 사장이 될 만한 그릇일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색스는 말한다. 창업은 일반인과 동떨어진 신비로운 것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고 시도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어디에서든 누구에게든 개방돼 있는 것이라고. 보통 사람이 자기 아이디어를 갖고 그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사업을 구축할 때 일어나는 작고 단순한 것이라고.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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