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이 군대에서 당한 폭행과 폭언 피해를 고백하며 최근 사회적으로 불거진 '학폭' 논란에 견해를 밝혔다.
작가 허지웅은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살면서 딱 한번 기절할 뻔 한 적이 있었다"며 "군대에서 작은 골방에서 화가 잔뜩 난 부사관에게 일방적으로 구타와 폭언을 들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전했다.
허지웅은 "내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해명을 해봤자 이 사람이 절대 납득할 리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머리가 멍해지고, 갑자기 구토가 밀려오고, 손발을 마음대로 쓸 수도 없고, 휘청거렸다"며 "'쇼하지 말라'는 부사관 말이 또 한 번 분해서 혀를 깨물어가며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허지웅은 "군대 뿐 아니라 살면서 우리는 갇힌 세상을 자주 목격하거나 경험하게 된다"며 "가정이 내가 아는 세상의 전부인 자녀가 학교가 전부인 학생이 직장이 전부인 직장인이, 혹은 운동이 세상의 전부인 선수가, 밖에서 보면 믿을 수 없을만큼 작은 권력을 가지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구는 자들의 알량한 폭력에 쉽게 굴복하고 절망하는 이유는 그곳이 갇힌 세계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병사들에게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한 이후 탈영과 자살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통계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며 "지금 고통을 겪고 있는 거기가 세상의 전부가 아니며 반드시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허락하는 것, 누군가는 성공을 하고 또 누군가는 실패를 하겠지만 적어도 누구도 고립되게 하지 않는 것, 그런 것이 가정폭력, 학교폭력, 직장 내 따돌림에 대처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다"는 견해를 전했다.
다음은 허지웅 글 전문
살면서 딱 한번 기절할 뻔한 적이 있었는데요.
군대에서였습니다.
작은 골방에서 화가 잔뜩 난 부사관에게 일방적으로 구타와 폭언을 듣고 있었는데요. 내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해명을 해봤자 이 사람이 절대 납득할 리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머리가 멍해지면서 갑자기 구토가 밀려오고 손발을 마음대로 쓸수도 없고 휘청거리더라고요.
당시에는 쇼하지 말라는 부사관 말이 또 한번 분해서 혀를 깨물어가며 간신히 정신을 차리긴 했는데요. 떠올려보면 나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고 믿는 사람 앞에 던져진 내가 적어도 이 갇힌 세계 안에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아무 것도 없다는 데서 절망했던 것 같습니다.
꼭 군대만이 아닙니다. 살면서 우리는 갇힌 세계를 자주 목격하거나 경험하게 됩니다. 가정이 내가 아는 세상의 전부인 자녀가 학교가 전부인 학생이 직장이 전부인 직장인이 혹은 운동이 세상의 전부인 선수가, 밖에서 보면 믿을 수 없을만큼 작은 권력을 가지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구는 자들의 알량한 폭력에 쉽게 굴복하고 절망하는 이유는 그곳이 갇힌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갇힌 세계에서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도무지 갖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 병사들에게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한 이후 탈영과 자살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통계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고통을 겪고 있는 거기가 세상의 전부가 아니며 반드시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허락하는 것. 누군가는 성공을 하고 또 누군가는 실패를 하겠지만 적어도 누구도 고립되게 하지 않는 것. 그런 것이 가정폭력, 학교폭력, 직장 내 따돌림에 대처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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