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전력사업자가 아닌 일반 제조업체에도 ‘탄소프리 전기’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한다. 탈석탄화에 뒤처진 기업과는 거래조차 않으려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자국 기업이 불이익을 받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탄소프리 전기는 태양광과 해상풍력, 원자력발전과 같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발전수단으로 생산한 전기를 말한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5년까지 일반 기업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생산된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2018년 개설된 비화석가치거래시장을 기업에 개방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비화석가치거래시장은 태양광,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원전, 수소발전과 같이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력회사와 소매 전력사업자를 연결하는 시장이다.
전력회사는 탄소프리를 공인받고 비화석가치거래시장에 전기를 판매한다. 판매대금은 신재생에너지 증설 등에 사용된다. 일반 소비자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소매 전력사업자는 비화석가치거래시장에서 구입한 전기량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전력회사와 소매 전력사업자를 연결하는 이 시장을 일반 기업에 개방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구상이다. 기업이 이 시장에서 전기를 구입해 사용하면 제품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았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일본 정부가 대응에 나선 것은 탈석탄화에 소극적인 기업을 거래처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애플은 2030년까지 사업 전체의 탈석탄화 방침을 발표하고 거래처에도 비슷한 수준의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대처에 소극적인 기업은 애플의 거래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도요타와 소니 등 세계시장에서 활동하는 일본 기업을 중심으로 탄소프리 전력을 조달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현재 수십억엔에 불과한 비화석가치거래시장 규모는 시장 개방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시장 참가자가 급격히 늘어나 전기 가격이 급등하면 일반 소비자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산업성은 올여름까지 참가 기업 범위를 제한하는 등의 세부 운영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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