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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펄프가격 두달만에 48% 급등…"종이포장 수요 영향" [원자재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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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 펄프가격이 급등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수요가 급증하자 투기세력도 시장에 뛰어들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펄프가격 두달만에 48% 급등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펄프시장 세계 기준격인 중국 상하이 선물시장에선 연재(소프트우드) 표백펼프가 t당 1037달러에 거래됐다. 작년 12월1일 701.3달러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두달여만에 가격이 47.9% 뛰었다. 연재 펄프는 재질이 상대적으로 무른 침엽수 원목을 소재로 만든 펄프다. 고급 화장지나 종이 냅킨, 종이컵 등을 만드는 데에 쓰인다.


WSJ에 따르면 최근 세계 펄프 수요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연재 펄프 수요가 급증했다. 중국은 펄프를 사들여 각종 포장재와 휴지 등을 생산·수출한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곳곳에서 재택 근무가 늘면서 종이 포장용기와 화장지, 종이 키친타월 등의 수요가 급증하자 펄프 매입량을 더 늘리고 있다. WSJ는 “주로 사무실·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쓰이는 재생펄프 제품 수요는 감소한 반면 화장지 등 초도펄프 수요는 늘었다”며 “이때문에 북미와 유럽 펄프 생산기업들이 각지 물량을 돌려 중국으로 수출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급부상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트렌드도 영향을 주고 있다. ESG 펀드의 움직임을 의식한 여러 기업이 플라스틱 대신 종이 포장재를 늘리고 있다. 생분해성 포장재를 쓰면 환경오염 부담이 줄기 때문이다.

종이 포장재기업 그래픽패키징은 이날 종이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플라스틱 포장재 시장 규모가 연간 75억달러(약 8조3890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마이클 도스 그래픽패키징 최고경영자(CEO)는 “종이 제품으로 포장재를 바꾸는 기업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1억달러를 투입해 비표백 페이퍼보드(판지) 생산설비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펄프 현물·선물 가격은 모두 전례없는 수준으로 뛰었다. 펄프시장 컨설턴트인 브라이언 맥클레이는 “현물가격도 급등하고 있다”며 “1978년부터 펄프 시장을 지켜봤는데 최근 급등세는 처음 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생활용품 기업엔 부담, 펄프기업엔 호재
세계 펄프 생산기업도 가격을 올리고 있다. 미국 돔타르는 이달 중 등급별 펄프 가격을 t당 100~130달러 인상할 계획이다. WSJ는 “펄프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면 킴벌리클라크나 프록터앤갬블 등 생활용품 제조사들의 마진이 줄어들고, 결국엔 이들이 소비자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펄프 제조기업에겐 호재다. WSJ는 “미국 돔타르와 인터내셔널 페이퍼, 캐나다 칸포펄프 프로덕츠와 웨스트프레이저 팀버는 수혜기업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추가 상승세는 미지수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승세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 최근 가격 급등세는 투기성 매수물량 영향도 있어서다. 맥클레이는 “펄프는 선물시장 가격이 실제 시장에 반영돼 중국의 수입 물량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약 3일 정도 시간이 걸린다”며 “개인투자자들도 시장에 들어와 거래량이 크게 늘어 펄프 시장에서 실수요와 투기성 수요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마크 와일드 BMO 캐피털마켓츠 애널리스트는 “최근 급등세가 단기 거품에 그칠지, 아니면 장기 상승세의 시작일지는 명확치 않다”고 말했다. 실수요 물량이 아니라 투기성 매수물량이 많다면 가격 거품이 금방 꺼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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