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설 명절 연휴 직후인 이달 중순부터 국내에서도 화이자가 개발한 메신저 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코로나19 유행이라는 응급 상황을 고려해 기존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이 백신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일 브리핑을 하고 화이자 백신 ‘코미나티’ 11만7000도스(5만8500명분)를 특례수입하기로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 백신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이달 중순부터 국내에 수입될 것으로 식약처는 내다봤다.
이번에 특례수입하는 화이자 백신은 제약사와의 개별 계약을 통해 국내에 정식 허가를 받아 도입되는 백신과는 다른 경로로 들어온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 주도 코박스 퍼실리티를 통해 공급받는 백신은 WHO가 이미 충분한 검토 절차를 거쳤다는 점을 고려해 국내 허가 절차를 생략하고 특례수입하기로 했다. 질병관리청 등 관계기관장이 국내 환자 등을 위해 하루빨리 들여와야 한다고 신청하면 식약처가 검토한 뒤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들여오는 제도다.
정식 허가를 받으려면 40일 넘는 허가 기간과 별도의 국가검정 기간이 필요하지만 특례수입하면 바로 수입할 수 있다. 지난해 정식 허가 신청을 한 아스트라제네카의 바이러스 벡터 백신이 아직 국내 사용 승인이 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다. 식약처는 한국화이자제약에서 따로 승인 신청한 코미나티는 정식 허가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식약처는 코미나티 특례수입을 위해 지난 2일 질병청과 함께 전문가 11명이 참여하는 자문회의를 열었다. 참여한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수입을 허용했다. 이들이 살펴본 코미나티 임상 3상 자료는 미국, 브라질 등 6개 나라에서 만 12세 이상 4만4000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효과를 분석하는 데 포함된 사람은 3만6523명으로, 21일 간격으로 두 번 주사한 결과 예방 효과는 95%였다.
임상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들은 이 백신을 만 16세 이상에게 사용해도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던 16~18세 청소년도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질병청은 이번에 승인받은 제품이 확진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기존 접종 대상을 확대하는 것과는 상관없다고 했다.
나성웅 질병청 차장은 “모든 백신을 한꺼번에 접종하는 것이므로 접종 대상은 성인으로 유지된다”며 “다른 백신의 임상 허가 상황에 따라 (연령을) 확대하는 방안을 두고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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