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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채용 시대 '진짜 스펙'은 전문성…취업전략 다시 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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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문 사립대를 지난해 초 졸업한 김모씨(26)는 최근까지 입사시험에서 열다섯 번 떨어졌다. 학점 4.3점(4.5 만점), 토익 960점도 소용이 없었다. 대학 신입생 때부터 취업 준비를 시작했고, 거의 매일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그를 원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나’에 대한 탐색이 부족했음을 느낀다고 했다. 김씨는 “나의 관심사,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지 못하고 이런저런 스펙을 갖추는 데 급급했던 것 같다”고 후회했다.

취업시장의 판이 바뀌고 있다. 기업들이 정기 공개채용이 아니라 ‘직무 적합성’ 중심의 수시채용을 앞다퉈 도입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정기공채 폐지는 대세가 되고 있다. 2019년 현대자동차그룹을 시작으로 작년 하반기 LG, 2022년엔 SK까지 정기공채를 없애기로 했다.

공채 폐지의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데도 20% 이상이 1년 안에 퇴사한다. 공채로는 직무와 성과에 따라 대우를 다르게 할 수도 없다. 기업들은 “채용제도 변화는 생존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라고 했다. ‘떨어뜨리기’가 목적인 정기공채로는 빛의 속도로 변하는 경영환경에서 현장이 원하는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취업준비생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공채가 없어져도 채용 인원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업들의 설명에도 선발 인원이 줄어들까 봐 걱정이다. 인맥·학맥 채용이 혹여나 작동하면 취업문은 더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취업 전문가들은 수시채용 도입은 ‘전문성의 시대’가 심화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취준생 각자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직무설계를 한 뒤 그 분야 전문가가 되기 위한 경험과 이력을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규창 한양대 경영대학장은 “이것저것 스펙을 많이 쌓는 것보다는 관심 분야에 집중해 경험과 스펙을 축적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는 전문성의 시대가 본격 열리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공태윤/김남영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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