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내용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관련 산업부 파일안에 포함돼있었다는 내용이 공개되면서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두고 '이적행위'라고까지 규정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신호탄으로 여야의 강한 충돌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표심을 자극할 민감한 이슈인 점을 고려할때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與 "선거 앞둔 북풍공장"
정부와 여당은 북한 원전 추진 논란에 대해 '선거를 앞둔 북풍공작'이라며 오히려 야당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의 '이적행위' 발언을 향해 "너무 턱없는 억측"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읽고 제 눈을 의심했다"며 "당시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실무를 맡았던 윤건영 의원도, 관련되는 산업부와 통일부도 모두 부인하고 항의한다"고 했다.그러면서 "그런데도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설마 보궐선거 때문에 그토록 어긋날 발언을 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또 "공무원의 컴퓨터 폴더에 무엇이 있었다면, 그것이 당연히 남북정상회담에서 추진됐다고 주장하시는 것이냐"며 "국가 운영이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에서 말과 글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책임정치의 출발"이라며 "본인의 발언을 책임있게 정리하시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역시 강하게 반발했다. 전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이적행위라는 표현을 썼는데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혹세무민한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북풍공작과 같은 발언이며, 묵과할 수 없다"며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野 "원전게이트의 진실 밝혀야"
하지만 야당은 정부여당의 반응을 두고 "드러난 증거가 있음에도 말꼬리를 잡으며 적반하장하고 있다"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하다하다 이제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원전까지
김정은에게 갖다 바치려 했다니 제정신인가"라며 "까도 까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문재인정권의 국기 문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내에선 온갖 불법과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원전 폐쇄, ‘탈원전’에 혈안이 된 정권이
북한에 원전건설 지원을 추진했다니 정말 이 정권의 이중성에 말문이 막힌다"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 역시 "정부여당이 급하긴 급한가 봅니다"라며 "뭔가 된통 걸렸다는 뜻이고 단순 과민반응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정권 차원의 총력 대응이고 막지 못하면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이 눈에 훤히 보인다"고도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원전 게이트’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며 "재보궐 선거가 너무나 중요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이 정권에 가장 강력한 경고를 보내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탄압과 보복의 정치는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드러난 증거만 보더라도 우리 정부가 북한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려 했다는 건 초등학생도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인데, 청와대와 민주당이 파일 내용의 사실 여부가 아니라 야당 비판의 말꼬리를 잡고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건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고 비판했다.
선거앞둔 정치권, 논란 더 커질 듯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월성원전과 관련된 '탈원전 이슈'는 그동안 여야가 극렬히 반대 의견을 내왔던 지점인데다가, 특히 서울·부산 보궐선거 표심을 크게 자극할 이슈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야는 모두 이 문제를 자신의 프레임으로 가져가려고 시도하고 있다. 여당은 '철지난 북풍공작'이라는 프레임으로, 야당은 '북한 퍼주기 및 무리한 탈원전' 프레임으로 각자 상대측에 대해 공세를 펴고 있다.어떤 방향이든지 지지율 추이에 크게 영향을 미칠거란게 여야 모두의 인식인 셈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2021년에 이런 북풍논란이 먹힐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실제 드러난 사실을 가지고 북풍 어쩌고를 언급하니 어이가 없다"면서 "현명한 국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