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 비위’로 비롯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 후보 경선 전이라 뚜렷한 정책 쟁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부산에선 가덕도 신공항 건설 문제가 또다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떠오른 가운데 ‘여의도 정치’와 지역 민심까지 그 속으로 빠져들고 있어 유감스럽다.
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선심 쓰듯 ‘가덕도 카드’를 들고나왔을 때부터 ‘무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다수 전문가의 ‘부적절’ 지적, 오랜 시간을 거쳐 내려진 국가기관의 결정 뒤집기라는 절차적 정당성 결여 등의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다. 그런데도 여당은 특별법까지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국정을 감시·견제해야 할 야당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당의 특별법 제정을 옹호하는 기이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부산시장 경선 후보인 이언주 전 의원이 당 지도부에 “당론으로 지지하라”며 압박한 회견은 제1야당의 딱한 실상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숱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가덕도 공항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면 이젠 보다 정확한 건설비용과 재원조달 방안부터 내놔야 할 것이다. 이에 동조하는 야당 의원들도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했다는 비판을 면하려면 그래야 한다. 유권자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솔직하게 밝히는 게 정도다. 막대한 건설비로 부산을 발전시킬 더 나은 방안이 얼마든지 있기에 더욱 그렇다.
여당 주장대로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겠다면 부산 밖의 전체 국민도 직접비용과 기회비용, 중앙정부 부담 등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설령 부산·경남·울산이 비용을 100% 부담한다 해도 정부의 ‘중앙투자심사’를 거쳐야 한다. 대형 사업일수록 더 중요한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건너뛰자는 특별법은 속전속결로 ‘착공 대못’을 박고 보자는 노림수일 것이다. 하지만 지방재정법 등에 따라 시·도의 재정 부실은 모두 국가 부담이 된다.
위축된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는 백번 공감할 만하다. 부산이 해양거점도시로 성장하려면 자본이 필요할 테고, 중앙정부 지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김해공항을 획기적으로 확장·개선하고, 수심이 깊은 가덕도 앞바다에 던져질 천문학적 신공항 비용을 부산 발전에 효율적으로 쓰자는 ‘건설적 대안’이 여야 정당에선 왜 나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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