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로 인한 사고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전방 주시 부주의, 졸음운전, 과적, 과속 사고 등이다. 전체 화물차 사고 원인의 95%를 차지한다. 이 같은 사고는 대부분 ‘휴먼 에러’, 즉 인간의 과오나 실수 때문에 발생한다. 하지만 운전의 주도권이 사람에서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본격화하면 이런 사고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도 휴먼 에러에 대처할 자동차 사고 방지 기술은 속속 적용되고 있다. 예컨대 전방 주시 부주의, 졸음 운전을 방지하는 기술은 ‘DSW(driver state warning·운전자 상태 경고)’가 있다. 한국에서는 제네시스 GV80에 최초로 적용됐다. 전방 주시에 태만한 경우 경고등이나 경고음, 핸들 진동으로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중국 시장에서는 이미 DSW가 상용차에 보편화돼 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현대모비스도 DSW 기술을 확보했다. 내년 상반기에 버스나 트럭 등 상용차를 시작으로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승용차에는 내년 하반기 고급차 위주로 적용된다. 현대모비스의 DSW 기술은 선글라스를 착용하더라도 운전자의 동공 추적이 가능해 전방 주시 태만, 졸음 운전의 구분이 가능하다. 해당 정보는 3차원(3D) 클러스터(계기반), 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AR HUD) 등에 사용된다. 여기에 졸음이나 위급 상황 발생 시 차량의 파워트레인을 제어해 갓길에 정차하는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대형 화물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CSU(commercial vehicle safety control integreated unit·화물차 안전제어 통합장치)’ 기술도 있다. 기존의 속도 제한 장치, 과적 센서와 DSW 기능을 통합해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 과적이 감지되면 차량이 출발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식이다. 특히 과적 센서는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나 판 스프링의 각도를 이용해 무게를 산정하는 방법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유럽 신차 안전도 평가 프로그램(EURO NCAP)에서는 2022년부터 ‘알코올 인터로크’ 설치를 의무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알코올 인터로크는 시동을 걸기 전 운전자의 알코올 농도를 체크하고 기준치 이하일 때만 시동이 걸리게 하는 시스템이다. 러시아에서는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알코올 인터로크를 설치한 완성차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북미에서도 마찬가지로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 운전자에게 해당 기능을 사용하도록 하는 규제가 논의되고 있다.
지역별로 문화적 차이가 있긴 하지만 차량 안전에 있어서 추구하는 목표는 모두 비슷하다. 정부와 기관, 완성차 업체들이 협력해 대형 화물차 사고 방지 기술 등을 조속히 적용한다면 안타까운 사고가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