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설 전에 내놓을 25번째 부동산대책에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방안이 대거 담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주택 물량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가 서울 역세권 8곳을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한 것을 신호탄으로 30만 가구를 웃도는 물량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역세권 개발, 신규 택지에 대한 과감한 발굴 등을 포함해 다양한 카드가 나올 전망이다.
고밀화·사전청약 등 공급 확대 주력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 도심 주택을 늘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펼쳐놓고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의 무게 중심은 ‘부동산 규제’에서 ‘공급 확대’로 옮겨갔다. 문 대통령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대해 “공공부문의 참여를 늘려 공공재개발과 역세권 개발, 신규 택지의 과감한 개발을 통해 주택 물량을 늘릴 것”이라고 제시했다. 세대 분리 증가, 1인 가구 급증 등으로 예상보다 더 많은 주택 공급이 필요하게 됐다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이번 대책에는 공공재개발·공공재건축 활성화 방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우선 정부는 지난 15일 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을 통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 공공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기관이 사업에 참여하는 재개발 사업 방식이다. 동작구 흑석2, 영등포구 양평13·14, 강북구 강북5 등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에서 4700가구를 공급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지난해 ‘8·4 부동산 대책’을 통해 2028년까지 총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한 공공재건축도 본격 추진한다.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에는 서초구 신반포19차, 중랑구 망우1구역, 광진구 중곡아파트 등 7곳이 참여했다. 문제는 공급 확대의 열쇠를 쥐고 있는 대단지 아파트의 참여 여부다. 공공재건축 추진 때 조합원 분담금이 37% 감소하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공개됐지만 시장 반응은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앞서 대치동 은마, 잠실동 잠실주공5 등 강남권 주요 대단지들은 공공재건축 참여를 철회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제외 등 강남권 대단지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가 담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자주 언급된 역세권 고밀개발 방안도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역세권이 집중된 준주거지역의 용적률을 올리기 위해 국토계획법 시행령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역세권 범위를 역 반경 350m에서 500m로 넓히는 안도 제시했다. 서울시내 지하철역 307곳 중 100곳 이상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준공업지역에선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순환정비가 추진된다. 순환정비는 준공업지역에 주거와 산업 시설이 혼재된 건물을 세우고, 주변부를 순차적으로 정비하는 개발 방식이다.
수도권 주택 공급의 핵심 방안으로 꼽히는 3기 신도시도 주목해야 한다. 오는 4월 구체적인 입지별 사전청약 일정이 공개될 예정이다. 7월부터 인천 계양을 시작으로 올해 3만 가구, 내년 3만2000가구 등 총 6만2000가구의 사전청약이 이뤄진다.
실수요자 심리적 불안감 잠재울 수 있을까
민간 참여를 이끌어낼 시장지향적 대책이 담길 가능성도 있다. 주택 공급의 핵심 역할을 하는 민간 정비 사업 규제 완화 등이 대표적이다. 공급 확대를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 방식에 대한 전면 재검토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 상한제 도입 이후 공급에 나서는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재건축)’의 분양가가 일반 아파트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인 5668만원으로 확정돼 들쑥날쑥한 분양가 관리 기준에 대한 비판이 커졌기 때문이다.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방침은 예정대로 시행될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제 강화, 유동성 규제 등 정책 패키지를 흔들림 없이 엄정하게 집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도세 중과 적용 시기를 늦추거나 하향 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20만~30만 가구를 서울 도심에 공급할 방침이다. 10만 가구 안팎이던 기존 대책보다 두세 배 큰 규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수요자에게 수도권에 양질의 주택을 꾸준히 공급해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불안 심리가 지속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해 상반기에도 주택시장은 상승세 내지 강보합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강남은 물론 다음 급지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이 인기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뒤 나타났던 전세난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문 대통령이 전세 물량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대책을 포함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봄 이사철’ 수요를 감당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3기 신도시 대기 수요, 입주물량 감소 등 전셋값 상승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며 “올해 수도권뿐만 아니라 울산, 광주, 세종 등 지방 대도시에서도 입주물량이 줄어 전셋값이 전국적으로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