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다시 구속되면서 삼성은 ‘총수 부재’ 상황을 약 3년 만에 다시 맞닥뜨리게 됐다. 삼성 안팎에선 이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었던 대규모 인수합병(M&A) 또는 투자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던 2017년 2월부터 약 1년간 삼성은 ‘대규모 투자와 M&A가 올스톱’되는 상황을 경험했다. 인수가액 조(兆)단위 M&A는 이 부회장이 구속되기 약 3개월 전인 2016년 11월 하만 인수(80억달러)가 마지막 사례다. 메모리 반도체, 스마트폰 등 기존 주력 사업과 관련해선 사전에 짜여진 계획대로 투자가 이뤄졌다. 하지만 ‘신사업’엔 손도 못 댔다는 게 삼성전자 사장들의 공통된 얘기다.
당시 삼성 경영진은 “답답하고 무섭고 참담하다”며 ‘총수 부재’ 상황에 대해 속내를 털어놨다. 이 부회장 구속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윤부근 당시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 대표(사장)는 “삼성이 어선 여러 척이 공동 작업하는 선단이라면 나는 선단에 속한 한 배의 선장일 뿐”이라며 “선단의 선단장이 부재 중이라 미래를 위한 투자와 사업구조 재편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은 3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급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삼성은 애플, 구글, TSMC, 소니 등 글로벌 기업들과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의 발달로 경영환경도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삼성의 ‘미래 준비’가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이 부회장이 직접 챙겼던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 5세대(5G) 관련 사업이 속도를 못 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2019년 4월 이 부회장이 내놓은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이 부회장은 “시스템 반도체에 총 133조원을 투자하고 1만5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힌 이후 최근까지 사업을 직접 챙겼다. 한 대기업 임원은 “미래 사업의 큰 그림을 그리고 변곡점에서 결단을 내리는 건 전문경영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며 “삼성전자의 미래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둔화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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