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이 기사는 01월 21일(10:15)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매체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파멥신은 올린베시맙과 키트루다와의 병용투여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올린베시맙은 신생혈관 억제 기전의 항체의약품이다. 하지만 시장에는 다양한 경쟁 약물들이 이미 나와 있는 상황이다. 신생혈관 억제제 중 후발주자인 올린베시맙이 어떤 차별점을 갖고 있을지 들여다봤다.
올린베시맙은 MSD의 키트루다와 병용 투여로 호주에서 임상 1b상, 단독 투여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파멥신이 지난 12월 미국 샌안토니오 유방암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에 대한 임상 1b상의 중간 결과는 현재까지 긍정적이다. 약물제한독성(DLT)이 관찰되지 않았으며 올린베시맙 고용량(16㎎/㎏)을 투여받은 환자 중 50%가 암 크기가 30% 이상 감소하는 부분관해(PR), 67%가 임상적 혜택을 봤다. 환자 중 1명은 표적병변에서 종양이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관해(CR) 효과를 보기도 했다.
부분관해란 병변(종양)의 크기가 줄어들고 새로운 암이 생기지 않은 상태 등을 의미하며 완전관해란 병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말한다. 유진산 파멥신 대표는 “병용 임상에서 안전성 확인은 물론 우수한 효능까지 볼 수 있었다”며 “현재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으며 참여 환자 수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성 부작용 적은 올린베시맙
먼저 올린베시맙이나 아바스틴 같은 신생혈관 저해제의 원리를 알기 위해선 종양미세환경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종양미세환경 내 암혈관은 급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무질서하고 견고하지 못하다. 동맥과 정맥의 구분도 없어 산소와 영양소를 제대로 공급받을 수 없는 암세포는 혈관을 새로 만들기 위해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를 분비하게 되고 부실한 혈관이 급하게 만들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문제는 이런 암혈관이 암세포를 면역세포로부터 지키거나 다른 곳으로 전이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종양미세환경 외부에서 암세포로 연결되는 혈류가 드물기 때문에 면역항암제를 투여받는다 해도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암세포까지 닿지 못해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전이가 쉽게 일어나는 까닭은 헐거운 혈관 벽 사이로 암세포가 새어 나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생혈관 억제제를 투여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 몸은 신생혈관을 만들라는 신호(VEGF)가 사라지면 무질서하고 부실하게 지어진 혈관을 보수하려는 성질이 있다. 유 대표는 “혈관이 보수되면 암이 혈관 틈으로 새어 나가 전이될 가능성이 줄어들고, 면역세포가 암세포에 도달할 수 있어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생혈관 억제제에 대한 내성은 풀어야 할 과제다. 아바스틴은 여러 종류의 VEGF 중 VEGF-A를 대상으로 하는 항체다. 암세포는 기껏 분비한 VEGF-A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VEGF-A 대신 VEGF-C, VEGF-D를 분비하는 데 아바스틴은 여기에 대응하지 못한다. 유 대표는 “올린베시맙은 VEGF가 아닌 VEGF가 달라붙는 수용체 VEGFR2의 항체이기 때문에 VEGF-A뿐 아니라 VEGF-C, VEGF-D에 모두 대응할 수 있어 내성에 대한 우려가 적다”고 설명했다.
경쟁약물 대비 ‘우위’ 자신
유 대표는 아바스틴이 치료제로 쓰이는 다양한 질환에서 올린베시맙이 아바스틴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재발성 교모세포종(rGBM)의 치료제로 승인된 약은 아바스틴이 유일하다. 뇌에서 암혈관이 형성되면 피가 새어 나와 두개골 안쪽에 고이는데 아바스틴이 혈관을 보수해 이를 막아준다.
문제는 아바스틴에 대한 내성이 생길 때다. 내성이 생기면 현대의학으론 아직 다른 해결책이 없다. 유 대표는 “아바스틴 불응성 재발성 교모세포종에 대한 임상 2상에서 환자의 40% 이상이 뇌부종이 완화돼 삶의 질(QOL)을 높였다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올린베시맙은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희귀질환치료제(ODD)로 지정됐다.
올린베시맙의 진짜 경쟁자로 꼽히는 약물은 일라이릴리의 사이람자다. 사이람자는 올린베시맙처럼 VEGFR2를 타깃으로 하는 신생혈관 저해제다. 릴리는 사이람자로 2019년 9억3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사이람자는 특히 위암 환자에게 처방했을 때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대표는 “올린베시맙은 사이람자에 비해 부작용이 극히 적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바스틴과 사이람자의 부작용은 장기 내 천공과 출혈, 고혈압”이라며 “올린베시맙은 rGBM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에서 이런 부작용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사이람자 대비 짧은 반감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덧붙였다.
파멥신은 준비 중인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의 임상 2상에서 사이람자에 대한 확실한 우위를 증명하겠다는 계획이다. 유 대표는 “아바스틴과 사이람자 모두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에서 효과를 내지 못했다”며 “올린베시맙을 신생혈관 저해제의 ‘계열 내 최고(best in class)’ 신약으로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요 후보물질로는 PMC-309가 있다.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PMC-309는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골수유래면역억제세포(MDSC)와 T세포를 이어주는 VISTA 수용체를 저해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MDSC는 종양 주변에 포진해 있어 접근하는 T세포를 불활성화해 암 조직을 지키는 세포로 알려져 있다.
VISTA는 PD-1, PD-L1과는 다른 방식으로 면역관문을 억제하기 때문에 키트루다 등 주요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에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가 커지고 있는 수용체다. VISTA 타깃의 면역관문억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라 조기 진입자에게 유리한 분야로 평가된다. 2019년 기준 VISTA 기전 임상건수는 5건에 불과한 상태다. 경쟁사로는 VISTA 기전으로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미국 바이오기업 큐리스 정도가 꼽힌다.
<hr >*애널 평가 원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올린베시맙과 키트루다 병용 임상 2상 진입이 기대된다. 올린베시맙 이외에도 VISTA 수용체 저해제인 PMC-309가 내년 상반기 중 임상 1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후보물질 모두 수용체에 작용해 신생혈관을 정상화하는 기전을 보유했으며 ‘베스트-인-클래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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