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연말을 맞아 거래량이 줄어든 가운데 소폭 상승했습니다.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9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이 통과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차분하고 평화로운 장을 즐겼습니다. 다우는 0.24%, S&P 500 지수는 0.13% 올랐고, 나스닥은 0.15% 상승했습니다. 모두 또 다시 사상 최고치입니다.
영국이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으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사용을 승인했다는 뉴스가 장 초반 분위기를 이끌었습니다.
이날 투자자들이 주목한 건 달러화 약세였습니다. 달러인덱스가 또 다시 89대로 떨어지면서 2018년 4월 이후 최저로 낮아진 겁니다.
이날 발표된 미 중앙은행(Fed)의 자산은 7조4000억 달러에 달해 올 3월 초 4조2400억 달러에 비하면 3조1000억 달러가 넘게 늘어났습니다. Fed는 올해 미 국채 발행량의 절반 이상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Fed는 경제가 회복되고 인플레이션이 2% 이상으로 높아져도 계속 경제를 지원하겠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Fed가 올해 자산을 대폭 늘렸지만 여전히 그 수준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4% 수준입니다. 61%인 EU, 132%인 일본에 비해 아직도 더 많은 돈을 뿜어낼 수 있는 겁니다.
또 미 재무부는 미국인 1인당 600달러 수표 발송을 시작했습니다. 의회에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600달러를 2000달러로 높이는 방안도 계속 논의하고 있습니다.
내년 1월5일 조지아주 상원의원 2석의 결선선거에서 민주당이 2석을 모두 가져가면 재정 부양책 규모는 더욱 커질 겁니다.
월가는 달러화가 미 의회와 Fed의 지속적인 돈풀기 속에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21일로 마감된 지난주 달러 매도 포지션은 266억 달러에 달해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날 발표된 11월 무역적자도 848억 달러에 달해 작년 동기보다 5.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를 줄이겠다고 지난 4년간 발벗고 뛰었지만 소용이 없는 겁니다.
이런 현상들은 달러화 약세를 부르고 있습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이날 또 2만880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비트코인은 이제 약달러의 헤지수단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달러화의 장기 강세는 이제 과거의 일로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해외 투자자들은 미국에 대한 투자를 줄일 겁니다. 투자수익률이 떨어지니까요. 미 국채의 명목 금리가 여전히 유럽, 일본 등에 비해 높다고 하지만 미국은 인플레이션 기대도 높습니다. 결국 명목금리에서 인플레 기대를 뺀 실질 금리는 유럽, 일본에 비해 더 낮은 겁니다.
그렇다면 그 돈은 어디로 갈까요. 올해 세계 주요국에서 플러스 성장을 하는 나라는 한 곳 밖에 없습니다. 바로 중국입니다. 실제 중국으로 돈이 몰리면서 위안화 환율은 이미 달러당 6.5위안 대까지 높아졌습니다. 게다가 중국은 통화정책을 조금씩 조이고 있습니다. 내수 소비와 수출이 살아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부동산 과열을 부추길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월가에서는 중국이 위안화 강세를 통해 해외 자본을 유치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이 비틀대는 사이 경제 성장을 가속화시켜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앞서가려는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실제 중국의 GDP는 올해 1.9% 성장(IMF 추정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 환산 GDP 규모는 더 커집니다. 내년에는 8.2% 성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 반대입니다. 올해 -4.3%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에 내년에 3.1% 성장하더라도 2년 간 오히려 전체 GDP 규모는 감소합니다.
이에 따라 영국 경제경영연구소는 며칠 전 '세계 경제 순위 보고서'를 통해 2028년 중국의 국내총생산, GDP가 미국보다 앞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중국이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이면서 당초 예상했던 2033년보다 5년 더 빨리 미국 경제를 따라잡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유화정책을 취할까요? 계속 중국으로의 자본 유출을 막고 중국 기술기업을 규제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날 블룸버그, CNBC 등은 바이든 행정부도 트럼프 행정부가 했던 '중국 기술기업' 견제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보다는 더 세밀한 전략 속에 동맹국과 협력할 뿐이지 중국에 대한 압박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처럼 달러 약세, 그리고 인플레이션 우려는 미국 투자자들이 내년 포트폴리오를 짤 때 반드시 고려해야할 요소입니다.
헤지펀드 사토리펀드의 설립자이자 펀드매니저인 댄 나일스(Dan Niles)는 지난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 핵심 포트폴리오 5개를 공개했습니다. 핵심은 사토리펀드가 기술주 투자에 집중해온 펀드지만 내년 포트폴리오의 중심을 가치주로 옮겼다는 겁니다.
스탠퍼드대에서 공학을 전공한 그는 월가에서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헤지펀드 경영자 등을 거쳤습니다. 그는 애널리스트로 일할 때 '기술주 분석의 마이클 조던'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2012년 페이스북의 실망스러웠던 기업공개(IPO), 2018년 애플의 부정적 실적 전망 등을 미리 경고했죠.
특히 지난 2월 미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적으로 확산되기 전 고객들에게 "투자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미칠 영향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포트폴리오를 바꿨습니다. 게임주인 액티비전블리자드, 테이크투인터랙티브와 아마존 등을 추가 편입한 것입니다. 이런 예상은 적중했고 그의 사토리펀드는 지난 1분기에도 플러스 수익률을 냈습니다.
나일스는 매년 연말에 5개 핵심 포트폴리오를 공개합니다. 지난해엔 AMD, 디즈니, 페이스북, 루멘텀홀딩스, 엔비디아를 매수하라고 추천했고 이렇게 구성된 포트폴리오는 올 들어 60%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올해 나스닥이 44%, S&P 500이 16% 오른 걸 감안하면 뛰어난 수익률입니다.
그는 내년 포트폴리오로 JP모간, 에너지 업종의 ETF(상장지수펀드)인 XLE(Energy Select Sector SPDR Fund)와 오라클, 마그나인터내셔널, 온라인 도박업체 GAN를 추천했습니다.
나일스는 기본적으로 올해 미 증시가 급등한 요인으로 네 가지를 꼽았습니다.
1. Fed의 막대한 부양책
2. 예방율 95%에 달하는 코로나 백신 접종 개시
3. 의회 분점에 따른 규제 및 증세 우려 완화= 즉 1월5일 조지아주 상원의원 2석 보궐선거에서 공화당이 최소 1석 이상 승리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함.
4.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Fed와 발을 맞춰 완화적 재정정책을 취하는 것
그는 이렇게 전례 없는 재정 및 통화 부양책은 2021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만 그는 걱정꺼리로 인플레이션을 들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속에서도 없었고 지금도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현재 구리, 니켈, 옥수수, 밀 등이 10~20% 오르는 등 상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겁니다. 또 미국의 중고차 가격은 지난 11월 기준 전년 대비 17%, 주택 가격은 7% 상승했습니다.
나일스는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물가와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내년 말까지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2%대로 치솟을 것으로 보는 주장도 무리는 아니라는 겁니다. 이는 기록적으로 높은 S&P 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 특히 성장주인 기술주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특히 경제 정상화 속에 물가와 금리가 상승하면 Fed의 돈풀기 속도도 잠재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Fed의 통화정책을 기반으로 증시가 급등해온 지난 10년간을 돌아보면 Fed의 자산 확대 속도가 멈칫거렸던 2011년, 2015년, 2018년에 미 증시는 각각 1~5개월간 10~20% 하락했었다는 겁니다.
실제 Fed가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겠다고 암시했던 2011년 S&P 500 지수는 5개월 동안 19% 하락했습니다. 또 2015년에는 Fed의 자산 축소로 인해 한 달 만에 12% 급락했었습니다. 2018년 말에는 대차대조표 축소가 '오토파일럿'으로 진행될 것이란 제롬 파월 의장의 언급에 3개월간 20% 폭락했었습니다.
나일스는 먼저 경제 재개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들어 JP모간을 추천했습니다.
경제가 재개되면 대출이 늘고,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이자마진이 확대될 것이란 뜻입니다. 이에 따라 내년과 내후년 주당순이익(EPS) 증가폭이 각각 2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자사주 매입 등도 시작할 예정입니다. 올해 금융업종은 5% 하락해 S&P 11개 업종 가운데 밑에서 두 번째로 좋지 않은 성과를 냈지만, 2021년에는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은행주 가운데 1위인 JP모간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며 웰스파고나 지역은행들도 그보다 높은 위험을 안고 높은 수익률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제가 재개되면 에너지 수요도 늘어납니다. 나일스가 에너지 ETF인 XLE를 추천한 이유입니다.
에너지 업종의 주가는 올해 수요 감소 등으로 37% 하락했습니다. S&P 최악의 업종입니다. 나일스는 밸류에이션이 낮다는 점 등에서 투자를 다변화할 수 있는 좋은 대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라클의 경우 지난 3년간 매출 성장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일스는 2021년엔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올해 각각 139%와 64% 성장한 클라우드 사업 부문과 데이터베이스 사업에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올해는 이들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15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내년부터는 부각될 것이란 얘기입니다. 현재 PER이 14배 수준에 거래되는 오라클이 매출 성장을 이룰 경우 주가가 큰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오라클은 또 주주친화적인 기업으로 지난 10년 동안 자사주 매입을 통해 지분을 40 % 줄였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전기차에 투자하는 싼 방법으로 마그나를 추천했습니다. 자동차 부품주인 마그나는 PER가 12배 수준으로 이미 비싸진 전기차 업종의 좋은 투자 대안이라는 겁니다.
전기차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마그나는 이미 피스커, 웨이모, 중국과 한국 업체 등과 전기차 사업을 위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마그나는 몇 년 전 애플과도 전기차 사업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지난 주 발표된 LG전자와의 합작사 설립도 마그나가 갖고 있지 못한 부품 분야를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나일스는 온라인 게임 업체인 GAN을 마지막으로 추천했습니다.
미국에선 2018년 5월 연방대법원이 합법화한 이후 온라인 스포츠 도박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게임 시장은 약 4500억 달러 규모이며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GAN은 지난해 온라인 스포츠 베팅업체 쿨베츠(CoolBets)를 인수해 온라인 스포츠 베팅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