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9일 새벽 SNS에 한 보호관찰소 현장을 방문한 사진과 글을 올렸다. 추 장관은 “법무부 하면 검찰개혁 같은 거대한 이슈나 권위적이고 고상한 면을 연상할 것 같다”며 “그러나 법무부의 주요 업무는 국민의 상식을 존중하고, 국민의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보호관찰소 교정국 출입국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야말로 법무부의 주역”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본 사람들은 ‘엉뚱하다’는 반응이다. 많은 사람이 법무부는 검찰과 관련한 일만 하는 줄 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년간 추 장관 관련 뉴스는 ‘윤석열 찍어내기’ 등 검찰개혁에만 집중됐기 때문이다. 추 장관이 다른 법무행정에 적극 나선 기억은 좀체 나지 않는다. 더구나 추 장관이 보호관찰소를 방문한 날은 법무부가 관리하는 서울동부구치소에서 700명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최악의 집단감염 사태가 일어났다. 추 장관이 왜 동부구치소를 놔두고 보호관찰소를 갔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정부가 관리하는 교정시설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한 뒤에야 추 장관은 부랴부랴 이날 오후 동부구치소를 30여 분간 방문했다.
동부구치소에 따르면 일부 수용자는 그동안 마스크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이날 “예산상 문제로 전 수용자에 대한 지급이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했지만, 옹색한 변명이라는 평가다. 의료계는 일찌감치 구치소나 군대, 요양원 등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동부구치소 수용자에 대한 전수검사는 첫 확진자가 나오고 3주가 흐른 지난 18일에야 이뤄졌다. 이번에도 예산 핑계를 댔다. 법무부는 이날 “서울시와 송파구에서 ‘전수검사는 큰 의미가 없어 보여 향후 추이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자체 예산으로 (조기) 전수검사를 하기 곤란했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이 검찰개혁에만 ‘올인’하다가 정작 법령에 명시된 본업은 소홀히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신천지 신도들을 중심으로 대량 감염이 일어났을 당시, 신천지를 겨냥한 압수수색을 지시하는 등 강력한 대응을 했다. 하지만 이번 동부구치소 사태에는 한마디 지시도, 사과도 없었다.
법무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지금부터라도 진정한 의미의 법무부 탈검찰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법무부 주요 직위를 비검찰 출신들로 채우는 것을 넘어 장관 업무의 무게추가 비검찰 업무로 이동해야 한다는 얘기다. 후임 장관은 추 장관과 달리 재소자 관리와 범죄 예방 등 법무행정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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