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을 칭하는 말입니다. 개인들을 개미라고 부르는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그간 증시 내에서 개미만큼이나 작고 영향 없는 존재로 인식되어서라고 추정할 뿐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습니다. 증시를 좌지우지하는 하나의 '축'으로 떠올랐습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누적) 주식거래활동계좌(잔고가 10만원 초과이면서 최근 6개월 매매 실적이 있는 계좌)는 3472만4086만좌입니다. 올해 초 2935만6000좌였던 것에 비해 급격하게 늘어났죠.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2월 말 이후 주식거래활동계좌 수는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개미들의 증시 참여율이 늘어나면서 발휘하는 영향력도 확대됐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개인들이 올해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코넥스)에서 사들인 금액은 65조65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조2432억원 팔아치운 것을 감안하면 폭증한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1~2월 개인은 6조원대 순매수(1월 6조2725억원, 2월 6조387억원)를 이어갔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을 찍었던 3월에는 11조4900억원어치를 쇼핑하며 올 들어 가장 많은 순매수 규모를 기록했고 △4월 5조5312억원 △5월 5조606억원 △6월 5조2952억원 △7월 3조8742억원 △8월 7조6898억원 △9월 7조6287억원 △10월 3조2159억원 △11월 6조2725억원 등 꾸준히 사자를 외쳤습니다.
주목할 점은 매년 12월이면 증시에서 주식을 팔아치웠던 개미들이 올해는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개인들은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5조1070억원 사들였습니다. 최근 5년 동안 순매도(△2019년 12월 4조8166억원 △2018년 1조5805원 △2017년 5조1310억원 △2016년 1조5925억원 △2015년 1조5873억원)를 기록한 것과 대조되는 결과입니다.
정부도 개미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어졌습니다.
현재 정부는 개인들의 막강한 자금력을 증시에 묶어두기 위해 주식을 장기 보유하면 세금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간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일으켰던 기관투자자들의 공매도 역시 개인들의 반발로 대폭 제한될 예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개미들은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상향시켰고, 주식형 공모펀드 5000만원 기본공제 적용,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하향 철회 등 요구 사항도 정부를 상대로 관철시켰습니다.
시장에서는 향후 증시에서 개인들의 영향력을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에 밀리고 기관에 치이는 과거의 개인들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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