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 시중 유동성이 3160조원을 돌파하는 등 올들어 25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 집계됐다. 하지만 한국의 유동성 증가율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최하위권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2020년 10월 통화 및 유동성’을 보면 지난 10월 말 통화량(M2)은 3161조7157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보다 8.45%(246조4411억원) 늘었다. 역대 1~10월 기준 증가율로는 사상 최대다. M2는 현금과 요구불 및 수시입출금식 예금에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같은 단기 금융상품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를 말한다.
상품별로 살펴보면 현금과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의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현금은 지난 10월 말 133조7376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7.3%, 요구불예금은 335조1947억원으로 32.1% 각각 늘었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금 등 예비적화폐의 수요가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0월 기준 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가 평균 연 0.88%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것도 현금 수요를 높인 배경으로 꼽힌다.
보유주체별로 보면 가계는 1593조7609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6.1%(92조5956억원) 불었다. 비금융기업은 896조1393억원으로 12.6%(100조8508억원) 늘었다. 코로나19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기업·자영업자의 차입금 조달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의 유동성 증가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주요국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으로 23.9%를 기록했다. 그 뒤를 호주(12.4%) 유로존(8.8%) 스웨덴(13.6%) 러시아(9.7%) 인도네시아(10%) 등이 이었다. 일본은 한국보다 낮은 5.8%로 나타났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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