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되는 듯한 양상이다. 서울과 지방, 아파트와 빌라 할 것 없이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12월 첫째 주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0.27%)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헛발질 정책’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지난 7월의 임대차법부터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전문가들은 “친(親)시장 정책으로의 대전환이 없으면 일시 안정된 집값이 언제든 밀려올라갈 수 있다”는 경고를 쏟아냈다. 그런데도 정부는 “매매가는 안정세가 지속되고, 전셋값도 곧 잡힐 것”이라며 귀 기울이지 않았다. 지금 시장흐름을 보면 또 한번 정책의 실패로 귀결되는 것 같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었고, 가격도 덜 비쌌던 지방과 수도권 외곽까지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 여파로 서울이 들썩이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에서는 국회 이전 소식에 세종의 전용면적 84㎡짜리 아파트가 17억원에 거래됐고, 서울에서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비(非)강남 지역도 20억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임대시장에서는 월세화(化)가 가속화되면서 무주택자를 힘들게 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에서 ‘반전세’ 비중은 37.9%로, 2016년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최악의 ‘전세 절벽’ 와중에 급증한 보유세를 월세로 충당하려는 집주인이 늘어난 탓이다.
기형적인 주택시장은 ‘주거난민’을 양산하고 인구 변동까지 부채질할 지경이다. 다락같이 오른 서울에서 전세도, 월세도 구하지 못한 이들이 몰리면서 10월에만 경기도 인구는 1만여 명 불어났다. 이 바람에 경기도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도 증가세다. ‘국민고통지수’로 보면 집 있는 계층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게 된 은퇴자들의 부담도 과도해졌다. 집이 있으면 있는 대로, 임대해 살면 더 고통이 심해지니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24차례 반(反)시장 정책으로 국민에게 이런 고통을 안겼으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책임은커녕 사과하는 이조차 없다. 청와대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바꾸면서도 극구 경질은 아니라고 했다. “임대주택을 더 늘리라”는 대통령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제대로 파악은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책임지는 이가 없으니 헛발질 정책이 바뀔 리 없다. 정책이 안 바뀌면 시장안정도 난망하다. 이런 식이면 25번째 대책도 기대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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