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값이 다시 오르는 데 기폭제 역할을 했다. 올 하반기 비트코인 가격 급등은 중국의 CBDC 실험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망은 엇갈린다. 각국 중앙은행이 CBDC를 도입하면 가상화폐값이 천정부지로 뛸 수 있다는 관측과 민간 가상화폐는 오히려 사라질 것이란 예상이 함께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값은 올 들어 2.5배가량 뛰었다.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국 비트코인 시세는 올 1월 1일 7177달러에서 출발해 최근 1만7000~1만9000달러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의 세계 최초 CBDC 발행이 임박했다는 소식은 페이팔, JP모간 등의 가상화폐사업 진출과 더불어 시세를 끌어올리는 ‘재료’로 작용해 왔다.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이석우 대표는 “CBDC는 내년 블록체인업계의 중요한 키워드”라며 “국내외 중앙은행이 블록체인을 이용해 혁신적인 시도에 나서는 한 해로 기록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상화폐 투자업체 그레이스케일의 배리 실버트 최고경영자(CEO)는 “수십 종의 CBDC가 나온다면 모든 금융회사는 이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거래할 금융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해야 한다”며 “이런 인프라가 구축되면 비트코인과 같은 다른 가상화폐도 함께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반대 시각도 있다. 디지털화폐의 확산이 비트코인의 입지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CBDC가 발행되기 시작하면 비트코인과 같이 민간에서 발행된 코인은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며 “수천 개의 코인 대부분은 가치가 제멋대로이고 시세가 빠르게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했다. 블록체인 전문 매체 AMB크립토는 “CBDC가 단기적으로 비트코인 강세를 이끌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과 시가총액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급등이 금융시장에 주는 메시지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와 산업, 일상생활의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디지털 결제수단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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